BGF리테일이 ‘채용 갑질’로 도마 위에 올랐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CU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채용 갑질’로 도마 위에 올랐다. 자사에 지원한 취업준비생에게 직접 방문접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온라인으로 제출한 서류를 또 한 번 방문접수하도록 요구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접수를 받는 곳도 마땅치 않아 취업준비생의 간절함을 이용한 횡포라는 지적이다.

◇ BGF리테일 입사 지원, ‘무조건 방문접수’ 강요 논란

지난 16일 2017년도 하반기 공개채용을 마감한 BFG리테일이 2중 지원 방식으로 해당 기업 지원자들의 원성을 샀다. 온라인으로 입사지원 서류를 접수하게 한 뒤, 무조건 방문접수도 병행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BGF리테일은 하반기 공개채용 안내를 통해 ‘온라인 접수 후 반드시 본인이 원하는 지정 접수처에 직접 방문해 서류 제출을 해야 최종 접수처리 된다’고 밝혔다.

새로운 서류를 추가로 접수받는 것도 아니다. 지원자의 준비물은 입사지원서 확인증과 자기소개서가 전부다. 이미 온라인으로 제출한 서류다.

‘반드시’ 방문 접수를 해야 하지만 접수처는 턱없이 부족했다. 전국에 마련된 입사서류 접수처는 단 18곳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14일부터 16일까지 3일만 진행했다. 심지어 강원도 춘천시와 제주 서귀포시의 접수처는 9월 15일 단 하루만 접수를 받아 불만이 속출했다.

우편 접수는 받지 않았다. 우편 접수를 허용한 대상자는 △신체상 장애가 있는 지원자 △도서지역 거주자뿐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지원자 역시 가족이나 지인이라도 반드시 방문 접수를 해야 한다.

동종업계와 비교하면 BGF리테일 채용 방식의 문제점은 더 두드러진다. ‘GS25’를 운영 중인 경쟁사 GS리테일은 지난 11일 하반기 공개채용을 마감했다. 지원자의 서류는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지원’을 통해서만 받았다. 하반기 공채를 진행한 다수의 대기업과 비교해도 방문 접수를 고집하는 곳은 드물다.

BGF리테일이 온라인 지원 이후 방문 접수를 요구했다. <잡코리아 홈페이지>

◇ BGF리테일 “방문접수를 통해 지원자 열정 알 수 있다”

BGF리테일의 접수처 상황도 지원자를 서글프게 했다. 서울 모처에 마련된 접수처는 사무실 입구에 놓인 테이블 한 개와 직원 한 명이 전부였다.

지원자가 앉아서 대기할 수 있는 의자조차 없었다. 줄을 서서 기다린 뒤 차례가 되면 신분증을 확인, 서류를 제출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취업준비생의 금쪽같은 시간이 허투루 낭비된 셈이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같은 시기에 공개채용을 진행한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선 기업의 일정에 맞춰 연달아 입사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BGF리테일의 채용 방식은 다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BGF리테일 지원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반드시 방문 접수를 해야 한다기에 정장을 입고 이동 시간만 1시간 넘게 걸려 도착했다”며 “하지만 막상 접수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혹시나 질문이 있을까 성실히 준비해 갔지만 직원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내게 무언가 물어보는 것도 아니더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허탈했다”며 “취준생은 ‘을’이다. 어떤 불만도 참고 기업이 원하는 방식을 따라야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방문접수를 통해 지원자의 열정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온라인 접수만 진행하기 보다는 오프라인 접수로 진정성 있는 지원자를 가릴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허수지원자도 가릴 수 있다”며 “방문 접수는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BGF리테일의 채용 방식은 취업준비생의 ‘열정’을 기업의 편의에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들의 경영 이념은 ‘사람을 중심으로 상생을 위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BGF리테일의 경영철학이 실제 행보와 맞닿아 있는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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