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스페셜뉴스
[‘뜨거운감자’ 유통법 개정안③] 법적규제 실효성 “글쎄”… 현실적인 상생방안 필요
2017. 09. 22 by 정소현 기자 coda0314@sisaweek.com
정부는 강력한 규제를 통해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제도강화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통합 유통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형쇼핑몰이나 대형마트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골목상권 및 소상공인들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대가 높다. 대규모 자본력에 묻힌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법안의 실효성이 있느냐다.

◇ 전통시장 일평균 매출액, 의무휴업 전 대비 1.2% 증가에 그쳐…

정부는 강력한 규제를 통해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휴일에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문을 닫게 되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 등으로 향할 것이라는 계산인 셈이다. 하지만 2012년 6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시행된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이 같은 규제가 실효성을 거두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시행 초기에만 해도 어느 정도 풍선효과나 낙수효과가 나타나는 듯 했다. 2014년 10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조사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대형마트·SSM 정상영업일과 비교하여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소상공인 매출액이 10.4% 증가했고, 고객수도 11.4% 증가했다.

그러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일평균 매출액은 대형마트 규제가 시작된 2012년 4,755만원에서 2015년 4,812만원으로 3년간 약 6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줄어들었다고 봐야 옳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전통시장을 찾는 게 아니라는 의미기도 하다.

오히려 백화점와 대형마트 영업일에 전통시장을 찾는 이들이 더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사단법인 ‘이(E) 컨슈머’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광장시장, 광주 양동시장 등 5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주변 1㎞ 안팎에 대형마트·백화점이 있는지와 영업·휴일 사항을 중심으로 실제 방문자수를 비교한 결과 의무휴무일보다 영업일에 최대 957명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강력한 규제만이 해법이냐’는 원론적인 질문에 힘이 적잖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제적 이해관계를 토대로 한 산업의 급격한 변화속도를 법이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단순히 대형 유통업체들의 출점과 영업을 제한하는 일차원적인 해법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의미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일차원적인 법적규제로는 전통상권 활성화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말한다. 오히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형유통 사업자와의 상생협력 언론발표 기자회견에서 이훈 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날 중소 자영업자들은 진정한 상생·소통을 통해 대형마트의 주말 의무휴무제를 주중 휴무제로 변경하는 것을 유통 대기업과 함께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뉴시스>

◇ 일차원적인 해법으로는 효과 제한적… 윈윈할 수 있는 방법 찾아야

이 때문에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선 전통시장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소비자들이 변화하는 전통시장에 흥미를 갖고 직접 찾아가고 싶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전국의 전통시장이 각자 본연의 특색과 개성을 살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매년 ‘특성화시장 육성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군부대가 밀집한 충남 계룡시 ‘엄사상점가’의 경우, 군 문화를 콘셉트로 활용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 모은 것이 대표적이다.

대형 유통업체와 골목상권 간의 상생을 이뤄낼 해법을 찾는 시도도 주목된다. 이마트가 내놓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좋은 사례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 내에 입점하면서 임대료 일부와 편의시설 등의 부담을 떠안고 전통시장과 판매가 겹치는 품목을 최대한 제한해 골목상권 침해를 줄였다. 롯데마트는 전국 58개 전통시장 자매결연을 맺고 시설보수, 안전점검을 지원하는 ‘1점 1전통시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일제를 주말이 아닌 평일에 시행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는 2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형유통사업자와의 상생협력 공동발표’를 했다.

단체 측은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시행 이후 규제에 따른 실효성은 미미하고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전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대형마트 규제 효과보다는 소비자의 불편과 불만만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무휴무제를 평일로 전환한 전국 26개 지방자치단체의 예를 들면서 “주중 의무휴무제로 전환한 지역의 경우 지역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채익 의원(자유한국당)이 한국체인스토어협회로부터 제출받은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수요일 휴업하는 지자체 전통시장의 2016년 카드 매출은 2% 증가했다. 반면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휴업을 하는 지역의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2016년 카드 매출은 전년보다 5% 감소했다.

법안 발의를 준비중인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상생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적으로, 여야가 발의한 유통법 개정안 가운데 가급적 공통된 내용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