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롯데백화점에소 고객들이 추석선물세트를 둘러보고 있다. 백화점을 포함한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는 '김영란법' 규정에 맞춰 5만원 이하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다량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어느덧 시행 1주년을 앞두고 있다. 하루 뒤인 28일은 김영란법이 발효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김영란법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한민국은 많은 것들이 변했다. 압축 성장을 통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반열에 오르는 과정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폐습들이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접대 문화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다.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 한 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필터링’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 백화점부터 편의점까지 5만원 기획상품 봇물

김영란법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 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유통업계다. ‘식사’와 함께 접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선물’ 구매가 이뤄지는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채널이야 말로 김영란법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마침 김영란법 시행 1주년과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 연휴시즌이 겹치면서 그 효과를 직접 확인하고자 하는 대중의 시선이 유통업계로 쏠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일선의 유통채널은 5만원 이하의 실속형 선물을 주로 구비해 놓고, 소비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백화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전 채널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으로, 선물 적정 한도를 5만원으로 정한 김영란법을 다분히 의식한데서 나온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15일부터 본격적인 추석 선물세트 판매에 돌입한 신세계백화점은 5만원 이하 품목을 지난해 대비 30%(123개) 늘렸다. 품목이 증가하면서 5만원 이하로 구성된 선물세트의 총 물량(13만 세트)도 지난해 보다 2배 가량 증가했다. 이 백화점이 올해 전체 선물세트 물량을 전년 대비 10% 늘렸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5만원 이하 품목의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현대백화점도 사정은 비슷하다. 5만원 이하 선물의 품목수를 지난해 보다 30% 늘렸다. 보통 5만원을 훌쩍 넘는 프리미엄급 신선식품의 포장을 줄여 가격 부담을 낮췄다. 20마리로 판매되던 ‘영광굴비세트’를 10마리로 줄이는 식이다. 이외에도 곶감, 랍스타, 전복 등 고급식재료들의 부피를 줄이고 가격을 5만원에 맞췄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실속선물세트 비중을 확대했다”며 “침체된 소비가 살아날 수 있도록 추석 프로모션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랍스터도 한우도… 마지노선 된 ‘5만원’

대형마트도 5만원 이하 선물세트가 대세다. 롯데마트는 이번 추석 연휴를 위해 마련한 선물세트의 80%를 5만원 밑으로 구성했다. 사과나 배 등 과일에서부터, 전통적으로 명절마다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버섯과 굴비세트의 가격을 4만9,000원대에 맞췄다. 아보카도와 랍스타, 치즈 등 외국산 식재료의 가격도 3만원에서 4만8,000원대에 내놨다.

뛰어난 접근성 덕에 추석선물 세트 구매처로 급부상 중인 편의점 업계도 5만원 이하 상품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에 5만원 이하 상품의 매출이 2015년 대비 127% 증가한 경험이 있는 GS25는 올해 총 337종의 관련 상품을 내놨다. 5,900원짜리 치약세트부터 가격 부담이 컸던 한우세트, 굴비세트, 제주옥돔 등을 5만원 이하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GS25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5만원 이하 상품을 찾는 고객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이 같은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한우, 돈육, 굴비 세트 등을 5만원에 맞춰 실속 있는 상품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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