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가 ‘김영란법’ 시행 전후(2015년 10월∼2016년 8월, 2016년 10월∼2017년 8월) 자사 신용카드 이용 패턴을 빅데이터로 비교 분석한 요식업/주점/화훼의 카드 사용액 증감 추이.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8일이면 시행된 지 1주년을 맞는다. 김영란법은 부정한 청탁과 과도한 접대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전격 시행됐다. 이 법은 기업과 개인의 접대 관련 소비 지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지난 1년간 고급음식점과 주점, 화훼업종 중심으로는 소비 위축현상이 나타났다. 다만 카드의 전체 승인 실적을 크게 둔화시키지는 않았다.

◇ 기업, 고급 한정식·꽃집 소비 줄고 일반음식점 증가↑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법인카드 승인금액은 83조1,5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영란법’ 시행 전인 전년 상반기(82조3,100억원) 승인금액 대비 1% 가량 늘어난 규모다.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접대비가 감소해 전체 승인 실적이 둔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기우에 그쳤다. 2분기 기준 승인금액(35조6,40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지만 이는 법인들이 국세 결제수단을 카드가 아닌 다른 결제수단으로 변경한 것이 주 원인으로 분석됐다. 개인카드 상반기 승인금액도 전년대비 11% 가량 증가했다.

김영란법 시행 여파는 관련 업종별 사용액 추이를 통해 확인됐다. 우선 음식업종은 세부 업종별로 사용액 희비가 엇갈렸다. 고급 한정식과 일식집에서 기업 법인카드 사용액이 급감한 반면, 다른 음식점 매출은 김영란법 시행 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씨카드가 ‘김영란법’ 시행 전후(2015년 10월∼2016년 8월, 2016년 10월∼2017년 8월) 각 11개월간의 자사 신용카드 이용 패턴을 빅데이터로 비교 분석한 결과다.

비씨카드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정식집의 경우 법인카드의 사용액과 사용 건수가 시행 이전보다 각각 25.2%, 24.2% 씩 줄었다. 건당 이용액도 1.22% 줄었다. 일식 횟집 업종도 사용액이 7.19% 줄고, 건당 이용액이 8.02% 감소했다. 다만 이용 건수는 0.9% 늘었다.

접대용 식사가 1인당 3만원선으로 제한되면서 고급 음식점의 이용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인카드는 조금 달랐다. 한정식집에 대해서는 사용액과 사용 건수가 모두 20% 이상 줄었지만 일식집은 사용액이 7.03%, 사용 건수는 14.79% 증가했다.

비씨카드가 ‘김영란법’ 시행 전후(2015년 10월∼2016년 8월, 2016년 10월∼2017년 8월) 자사 신용카드 이용 패턴을 빅데이터로 비교 분석한 세부 요식업종 카드(법인./개인) 사용액 증감 추이.. <시사위크>

이외에 일반 한식집과 중국집, 서양음식집은 법인카드와 개인카드 사용액과 이용건수가 모두 늘었다. 법인카드의 사용액은 일반한식 1.88%, 중국집 6.35%, 서양음식 5.27%씩 각각 증가했다.

이 때문에 한정식집의 매출 감소에도 전체 요식업종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법 시행 이전보다 1.61% 늘어났다. 개인카드의 요식업종 사용액도 7.55% 증가했다. 다만 법인카드와 개인카드의 요식업종의 건당 이용액은 4%씩 줄었다. 접대 금액 상한선 부담이 적은 음식점으로 소비가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 농축산 선물세트 매출 타격…상품권 구매 결제 ‘호황’

주점 업종은 법인카드와 개인카드 모두 감소했다. 주점업종 법인카드 사용액과 사용건수가 각각 9.18%, 7.51% 줄었다. 동일 기준 개인카드도 2.91%, 3.97% 줄었다.

선물용으로 수요가 높은 꽃업종의 경우, 기업의 지출이 위축됐다. 꽃‧화훼업종의 법인카드 사용액과 사용건수는 각각 8.52%, 3.36% 줄었다. 건당 이용액도 5.34% 쪼그라들었다. 개인카드는 건당 이용금액이 10.34% 줄었지만 사용액과 사용건수는 3.68%, 15.64%씩 늘었다.

선물용 농축산물 제품 소비도 둔화됐다. 카드결제금액의 증감폭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해당 제품에 대한 유통사의 매출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경제연구소가 1월 설명절 기간 백화점 및 대형마트 등 7개 유통사의 농식품 판매실적을 조사한 결과, 선물세트 판매액은 전년대비 14.4% 감소했다. 이 중에서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은 작년 설 대비 25.8% 줄었다. 소고기와 과일 선물세트 판매액도 전년대비 각각 24%, 31% 감소했다. 홍삼제품 판매액은 농협을 제외한 6개사 기준 360억원으로 전년보다 17% 줄었다.

이처럼 농식품 관련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상품권 결제 금액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소비유형별 개인 신용카드 결제액 중 상품권 구매에 쓴 금액은 3조412억6,800만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1년 전보다 9.9% 늘어난 규모다.

기업의 법인카드 상품권 구매 결제는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영란법 시행직후 3개월 간(10~12월) 전년 보다 20.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규제가 느슨한 상품권 소비가 늘어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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