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로켓츠에 합류한 크리스 폴.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서고동저‧지옥의 남서부‧와일드 와일드 웨스트(Wild Wild West)…. 모두 NBA 서부지구와 동부지구의 극심한 전력차이를 표현하는 용어들이다. 시카고 불스와 인디애나‧뉴욕 등 강력한 동부 팀들이 즐비했던 90년대를 끝으로 시작된 서부의 강세는 2010년대에 들어와서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서고동저 현상은 오는 2017/18 시즌에 관측될 전망이다. 서부 팀들이 오프시즌을 통해 스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복수의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한 ‘슈퍼 팀’이 다수 나타나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치열한 순위경쟁을 예고했다.

우선 지난 시즌 우승팀이자 역사상 최고의 팀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전력을 보존하는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2년 5,300만달러에 재계약한 케빈 듀란트가 있다. NBA 규정상 그가 받을 수 있었던 최대금액은 연 3,450만달러지만, 듀란트는 이 금액을 요구하는 대신 팀의 전력유지를 위해 스스로 몸값을 깎았다. 자금에 여유가 생긴 골든 스테이트는 안드레 이궈달라 등 후보 선수들과 원활히 재계약할 수 있었다.

제임스 하든을 중심으로 화려한 공격농구를 펼쳤던 휴스턴은 우승반지를 위해 강수를 뒀다. LA 클리퍼스로부터 크리스 폴을 데려오기 위해 선수 7명과 2018년 지명권을 보내는 1대8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다. 전술 이해도와 선수 조립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크리스 폴이 합류하면서 휴스턴의 장기인 ‘빠른 농구’에 탄력이 붙었다. 휴스턴과 골든 스테이트가 맞붙는 NBA 개막전(10월 18일)에서는 공격농구의 정수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지난 시즌 휴스턴에게 플레이오프 1라운드 패배를 당했던 오클라호마시티는 한 시즌 만에 팀의 전력을 급상승시켰다. 전례 없는 공 점유율(40.8%)를 기록하며 홀로 팀을 이끌었던 러셀 웨스트브룩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동부지구에서 손꼽히는 포워드인 폴 조지와 카멜로 앤서니를 영입했다. 내로라하는 득점원을 셋이나 보유한 오클라호마시티는 단숨에 ‘우승 가능전력’이라는 평가를 따냈다.

이 외에도 20년 연속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전통의 명가 샌안토니오와 시카고의 에이스 지미 버틀러를 얻은 미네소타 등 서부 팀 다수가 강팀으로 분류된다. 지난 2016/17 시즌 선수생산성지표(PER) 상위 10걸 중 7명이 서부지구 소속이며,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이 예상되는 아이재아 토마스를 뺀다면 동부지구 선수는 두 명에 불과하다.

같은 지구에 속한 팀들은 정규시즌에 서로 더 많은 경기를 치루고, 플레이오프 경쟁 또한 그만큼 치열하다. 자연히 지구 간 전력 불균형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피닉스 선즈의 구단주 로버트 사버는 동‧서부지구 플레이오프의 통합을 요구했으며 댈러스 매버릭스의 마크 큐반 구단주는 전력에 따라 소속지구를 재배치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NBA 사무국이 제도개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어 ‘서고동저’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