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유일하게 2번의 완봉승을 기록 중인 기아 타이거즈 임기영.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기아 타이거즈는 올 시즌 2명의 투수(양현종, 헥터)가 나란히 다승왕 선두를 달리며 20승까지 바라보고 있다.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뜻 깊은 일이 있다. 임기영의 화려한 등장이다.

임기영이 기아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 것은 올 시즌이 처음이다. 2012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2014년까지 41경기를 소화했다. 그런 그에게 변화의 계기가 찾아온 것은 2014년 시즌을 마친 뒤다. 당시 한화는 기아 소속이던 투수 송은범을 FA로 영입했고, 기아는 보상선수로 임기영을 선택했다. 당시 임기영은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아는 더 먼 미래를 보고 임기영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미래가 올해 찾아왔다. 임기영은 올 시즌 22경기(선발 18경기)에 출전해 8승 5패 평균자책점 3.36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기아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반면, 한화 입장에선 송은범의 부진으로 쓰린 속을 더 아프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임기영을 주목하게 만든 것은 2번의 완봉승이다. 4월 18일 kt 위즈, 6월 7일 친정팀 한화 등을 상대로 완봉승을 기록했다.

완봉승은 선발투수에겐 가장 행복한 기록 중 하나다.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고 9이닝을 홀로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팀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올 시즌 2번의 완봉승을 기록한 것은 임기영이 유일하다. 완봉승을 1번이라도 달성한 선수도 7명에 불과하다. 과거엔 완봉승은 물론 연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으나, 선수관리와 분업화가 정착한 요즘엔 완봉승 자체가 크게 줄었다. 때문에 한 시즌에 2번 이상 완봉승을 거둔 투수는 상당히 드물다. 지난해에는 아예 없었다.

2015년엔 한화 로저스가 무려 3번의 완봉승과 4번의 완투를 기록했지만, 이는 한화의 팀사정과 김성근 감독 및 로저스 특유의 색깔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2014년과 2013년엔 다시 2번의 완봉승을 기록한 투수가 없다.

즉, 최근 5년간 한 시즌 2번의 완봉승을 기록한 투수는 로저스와 임기영 뿐이다. 물론 아직 시즌이 조금 남아있는 만큼, 또 다른 선수가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말이다.

2012년부터는 한 시즌 2번 이상 완봉승이 꾸준히 등장한다. 2012년, 임기영의 팀 선배인 서재응과 윤석민, 그리고 당시 두산 베어스 소속이었던 노경은(현 롯데 자이언츠)이 나란히 2번의 완봉승을 기록했다. 2011년엔 윤석민이 3번, 당시 롯데 소속이었던 고원준(현 두산)이 2번을 기록했고, 2010년엔 한화 류현진이 3번, 당시 롯데 소속 장원준(현 두산)이 2번을 기록했다.

한 시즌 1번의 완봉승을 기록한 투수는 수두룩하지만, 2번 이상은 그렇지 않다. 그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크다.

한 시즌 3번의 완봉승은 더욱 그렇다. 임기영은 이제 올 시즌 마지막 등판을 남겨놓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오는 10월 1일 선발투수로 임기영을 확정했다. 반가운 상대다. 프로무대 첫 완봉승을 따낸 kt를 만난다.

물론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시즌 막판, 완봉승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 임기영이 시즌 마지막 경기를 완봉승으로 장식한다면? 새로운 에이스의 탄생을 확실하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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