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1000만 마리 시대를 맞았지만 해마다 유기동물은 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화성시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기가 외로울 땐 반려동물 찾더니, 가족·친구 등과 놀러갈 때는 무책임하게 버린다.”

5년째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20대 여성은 명절 기간 집중된 유기동물 구조 통계자료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반려동물 1000만 마리’ 시대를 맞았지만 해마다 유기동물은 늘고 있다. 2014년 구조된 유실·유기동물 수는 8만1000여 마리에서 2015년 8만2000여 마리, 지난해 8만9000여 마리로 3년 연속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시기가 ‘명절 연휴’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펫 가족’ 사이에서는 “자기가 필요할 때만 찾는 게 반려동물”이라는 자조섞인 비판이 일고 있다.

유기동물 통계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2일까지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소가 구조한 유기동물은 7만 3,437마리(방사된 길고양이 제외)였다. 특히 4일에 불과했던 올해 설 연휴(1월 27~30일)에는 321마리가 버려졌고, 5월 황금연휴(4월 29일~5월 7일)에는 2,120마리가 유기돼 연휴가 길어질수록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은 여름휴가철에도 비슷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한 지난해 월별 유기동물 수를 보면 휴가철인 7월은 9,093마리, 8월에는 8,936마리로 집계됐다. 통계에는 휴가기간 잃어버린 반려동물도 포함됐지만, 고의로 버린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구조된 유실·유기동물 수는 8만1000여 마리를 시작으로 2015년 8만2000여 마리, 지난해 8만9000여 마리 등 3년 연속 증가했다. <그래픽=시사위크>

◇ ‘보호소’ 대신 ‘유기’ 택하는 주인들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동물등록제’와 동물보호센터를 늘리고 있지만, 늘어나는 유기동물 수용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16년 동물의 등록·유기동물관리 등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직영 동물보호센터는 2014년 25곳에서 2015년 28곳, 지난해 31곳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운영비용도 114억 8,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7억 3000만원 증가했다.

하지만 유기동물을 보호하기에는 유기동물보호소는 이미 과포화 상태다. 동물권단체 ‘케어’에 따르면, 전국 보호센터 194곳(지자체 위탁운영) 중 52%에 달하는 100곳에 한 해 100마리 이상의 유기견이 새로 들어온다. 시설이 크고 보호 환경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 몇몇 보호소의 경우 한 해 3,000마리가 넘는 유기견이 맡겨진다.

반면, 보호센터에 들어오는 유기견 중 질병으로 자연사하는 비율이 22.7%, 안락사하는 경우가 20%에 달한다. 원주인에게 돌아가거나(14.5%) 새 주인을 찾는 경우(32%)는 절반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개 번식장의 과잉 번식부터 막아야 한다"며 "농식품부가 '동물생산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기준 자체가 두루뭉술하고 까다롭지 않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은 당 반려동물 특별위원회를 통해 ‘바른 반려동물 양육자 되기 법’, ‘반려동물 위탁 및 재입양중개법’, ‘반려동물 등록 촉진법’ 등 유기동물 증가를 막기 위한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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