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를 격려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 이상군 감독대행(왼쪽).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추석연휴와 함께 올해 KBO 페넌트레이스가 막을 내리고, 가을야구가 시작됐다.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지 못한 팀들은 올 시즌 야구가 끝난 것이다.

대선 등 큰 선거가 끝나면, 각 정당들은 ‘백서’를 만들어 이를 복기한다. 성공적이었던 부분과 반성해야할 부분을 되짚어 더 발전하기 위해서다.

이는 각 야구 구단 역시 마찬가지다. 올 시즌보다 나은 내년 시즌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 냉철하고 철저하게 내년 시즌을 구상하고, 이를 적용할 스프링캠프 훈련을 준비해야 한다. 시즌이 이제 막 끝났지만, 이미 다음 시즌 준비는 시작된 셈이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구단 프런트다. 내년엔 어떤 부분에 전력의 방점을 찍을지, 이를 위해 어떤 선수를 어떻게 훈련시킬지, 어떤 용병이나 FA선수를 영입하고 트레이드할지 등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특히 구단 프런트 입장에선 감독 및 코칭스태프의 교체 여부도 고민의 대상이다. 아쉽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LG 트윈스 프런트는 일찌감치 움직였다. 감독으로서 페넌트레이스 우승 5번, 한국시리즈 우승 4번을 달성한 류중일 감독을 새로 선임한 것이다. 올 시즌까지 팀을 이끌었던 양상문 감독에게는 단장이란 중책을 맡겼다.

이를 통해 LG는 팀 전력향상에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경험 많은 새 감독을 영입하게 됐다. 무엇보다 다음 시즌 구상 및 준비 시간이 넉넉하다.

하지만 정작 가장 급한 팀은 움직임이 없다. 바로 한화 이글스다.

한화는 현재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정식 감독’이 없다. 지난 5월 23일부터 이상군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고 있는 중이다. 비교적 시즌 초반에 감독대행 체제를 맞았지만, 결국 남은 시즌 모두 감독대행에게 맡겼다. 심지어 시즌이 끝나도 정식감독 선임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덕분에 이상군 감독대행은 최장수 감독대행이라는 기묘한 기록을 세우고 있다.

물론 가을야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예의일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감독을 정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한화는 올해로 10년째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는 LG의 2003~2012년과 함께 역대 KBO 타이 기록이다. 신생팀 kt 위즈를 제외하면, 가을야구의 추억이 가장 오래됐다.

이 기간 한화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감독이었다. 한대화 전 감독은 다소 석연치 않게 찝찝한 뒷맛을 남기며 경질됐고, ‘레전드’ 김응용 전 감독은 KBO 역사상 전무후무한 ‘2년 연속 9위’의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김성근 전 감독은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으나 선수 혹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박종훈 단장과의 불화설 끝에 역시 개운치 않게 떠났다.

이로 인해 한화의 전력향상은 연속성을 가지지 못했다. 많은 돈을 들여 용병 및 FA선수를 영입하고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이유다.

이처럼 한화는 그 어떤 팀보다 감독 선임이 중요하고, 급한 상황이다. 또한 김성근 전 감독이 물러난 뒤 5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감독에 대한 절실함이 있고, 고민을 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감감무소식이다.

한화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 내년 성적이 아니다. 3년 뒤, 5년 뒤의 강팀을 목표로 팀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확고한 철학을 지닌 감독과 감독을 향한 구단의 신뢰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제는 좀 서두를 필요가 있다. 그것이 10년 동안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팀을 끝까지 응원해주는 팬들에 대한 도리다. 또한, 하루라도 더 빨리 강팀을 향해 발을 내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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