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팬들과 기념촬영하는 코비 브라이언트. <뉴시스/신화>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지난 3일 열렸던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프리시즌 경기는 시청자들에게 약간의 당혹감을 안겨줬다. 선수와 구단을 소개하는 자막이 영어 대신 한자로 표기됐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 구단은 프리시즌 2경기를 중국 선전과 상하이에서 진행하기로 지난 3월 일찌감치 결정했다.

중국은 뜨거운 농구 열기를 바탕으로 NBA의 애정공세를 독차지하는 중이다. 야오 밍의 NBA 진출과 함께 높아진 중국의 농구인기는 스테판 마버리·짐머 프레뎃 등 미국에서 좌절을 경험한 선수들이 중국 리그를 찾으며 더욱 고조됐다. 국가대표팀의 경쟁력은 다소 떨어졌을지라도 생활스포츠가 활성화된 중국에서 농구는 이미 배드민턴‧탁구와 함께 인기 구기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14억 인구에 바탕을 둔 세계 최대의 구매력도 NBA가 중국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2015년 유명 인터넷기업 텐센트 홀딩스가 향후 5년간의 NBA 중계권을 5억달러에 구매한 것이 단적인 예다. 나이키‧아디다스 등 스포츠용품 회사들은 새 농구화를 내놓을 때마다 중국 현지에서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은퇴 후에도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는 코비 브라이언트는 오는 2019년 중국 남부의 하이난 섬에 농구학교를 세울 계획이다.

NBA 구단들과 사무국은 들어온 물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를 젓고 있다. 프리시즌 경기를 중국에서 진행하고 중국 프로팀과 이벤트 시합을 갖는 것이 대표적이다. ‘차이니즈 뉴 이어’로 불리는 음력 설 기간에는 중국 팬들을 겨냥한 대규모 상품판매 행사와 이벤트가 진행되며, 지난 2016/17 시즌에는 휴스턴 등 4개 팀이 한자로 표기된 유니폼을 입고 경기했다. 아담 실버 NBA 총재는 “중국의 농구인기가 더 높아진다면 주말에 아침경기를 여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미국 동부의 아침은 중국에겐 저녁시간이다.

높은 농구열기와 시장점유율은 팬들에게 부수적인 효과도 가져다준다. NBA 시즌이 마무리되고 선수들이 휴식기를 갖는 7·8·9월이 되면 중국을 찾는 NBA 스타들이 줄을 잇는다. 올해에만 카와이 레너드와 클레이 탐슨, 드웨인 웨이드 등이 중국을 방문해 행사를 진행하며 팬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스타들의 방한을 애타게 기다리는 한국 팬들에겐 부럽기만 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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