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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르포-추석 영남민심] 세대별로 갈린 ‘박근혜 한국당 출당’ 여론
2017. 10. 08 by 최영훈 기자 choiyoungkr@sisaweek.com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추진하려 하는 것을 두고 영남 민심이 세대별로 갈린 모습을 보여줬다. 대체로 5080세대들은 '박근혜 석방'을, 2040세대의 경우 '박근혜 출당'을 주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구 달성공원에서 휴일을 즐기는 나들이객들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카드를 꺼내면서 영남 지역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지역 민심은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는 5080세대와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자진해서 한국당을 탈당해야 한다”는 2040세대로 갈라진 모습이었다.

영남지역 중진 국회의원들도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두고 추석 밥상 민심이 양갈래로 갈라진 것을 체감하는 분위기다. 정갑윤 한국당 의원은 지난 7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여기가 영남이니까 ‘박근혜가 쇠고랑을 차고 재판에 나오는 것을 일주일에 네 번씩 꼭 보여줘야 하느냐’고 하는 분들이 있더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 아무래도 이 지역은 민감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전 대통령 출당은) 일장일단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의견들이 더러 갈리더라”고 덧붙였다.

◇ 5080세대 “박근혜 석방시켜야”

영남지역 5080세대들은 대체로 박 전 대통령의 한국당 출당 문제를 두고 “박근혜 불쌍하다. 이만하면 석방시켜줘야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60대 손모 씨는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의 단초가 된) 태블릿 PC가 모두 빈깡통이라고 법원에서 밝혀진 게 아니냐. 요즘 카톡으로 박근혜 석방시키라는 탄원서를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이모(55·여)씨도 “(박 전 대통령은 이제) 탄핵된데다 자신이 사실상 만든 새누리당(한국당)에서 떠나라고 하는 건 너무한 말이 아닌가”라며 “요즘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박 전 대통령 석방 촉구 탄원서를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 거제에 거주하는 50대 은행원 최모 씨도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아직 법원에서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지금 출당시키는 것은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 자진탈당' 조치를 권고한 것을 두고 영남지역 2040 세대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7월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전경. <뉴시스>

◇ 2040세대, 박근혜 출당 찬성

영남지역 2040 세대들의 여론은 대체로 “일단 출당시켜서 보수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박 전 대통령 자진 탈당 방침에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대구에 거주하는 최모(31)씨는 “한국당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보수정당이 살아 남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제 박 전 대통령은 떠나보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며 “국정농단 주범으로 지목됐고, 재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굳이 이 사람을 붙잡으며 정치적 생명까지 연장하려 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북 경산에 위치한 휴대전화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김모(28)씨도 “한국당 지지율이 회복됐다고 하지만, 박근혜 때문에 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또래도 있다”면서 “1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박 전 대통령을 한국당에서) 출당시켜버리면 한국당 지지율이 좀 올라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부산에서 기계부품 창고를 관리하고 있는 박모(35)씨도 “한국당 혁신위원회에서 박 전 대통령을 출당하라고 권고했지 않냐. 그럼 권고에 따라 (출당) 하면 되지, 박근혜 이쁨 받아서 정치했던 사람들만 죄다 반대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했다.

이처럼 영남권의 추석민심은 세대별로 확연하게 갈리는 양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향수가 강한 5080세대에서는 박근혜의 한국당 출당 반대를, 촛불민심의 영향을 받은 2040세대는 출당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뿐만 아니라 대구ㆍ경북에 거주하는 박정희 향수 세대에서 박근혜 출당 반대 분위기가 더 많이 감지되고 있다. 반면 부산ㆍ경남에서는 대구ㆍ경북에 비해 상대적으로 5080세대의 출당반대가 적었다.

박근혜 출당을 결정할 주체는 한국당이다. 영남권의 박정희 세대만을 믿고 마냥 박근혜 출당을 미룰 수는 없는 처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040 세대에서 한 자릿수 초반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당으로선 박근혜 출당 이외에 마땅한 카드가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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