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무사히 2018 러시아 월드컵 티켓을 거머쥐었다. <뉴시스/신화>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이 시대 최고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월드컵에서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쓸데없었던 것 같다.

메시의 아르헨티나와 호날두의 포르투갈이 나란히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었다. 자칫 예선탈락의 수모를 겪거나, 조금 더 어려운 과정을 거칠 뻔 했지만 결과적으로 ‘직행티켓’을 손에 넣게 됐다.

상황은 메시가 더 나빴다. 아르헨티나는 마지막 1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예선탈락권인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남미예선은 4위까지 본선진출이 확정되고, 5위는 오세아니아 1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한다.

위기의 상황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것은 역시 메시였다. 메시는 혼자 3골을 몰아넣는 헤트트릭 활약을 펼쳤고, 아르헨티나는 에콰도르를 3대1로 제압했다. 아르헨티나는 3위로 뛰어오르며 본선진출을 확정지었다.

반면, 1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3위를 달리고 있던 칠레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유일하게 본선진출을 확정지은 브라질을 만나 3대0으로 완패했다. 이와 함께 우루과이가 볼리비아를 꺾고, 페루와 콜롬비아가 1대1로 비기면서 칠레의 상황은 최악이 됐다. 5위 페루와 승점은 같았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6위로 떨어졌고, 이는 월드컵 예선탈락을 의미했다.

포르투갈도 마지막 경기에서 본선 직행티켓을 따냈다. 유럽예선은 9개조 1위가 본선으로 직행하고, 각조 2위 중 승점이 가장 낮은 1개 국가를 뺀 8개 국가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포르투갈은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B조 2위였다. 1위 스위스와는 승점 3점 차이였고, 3위 헝가리와의 거리는 멀었다. 최소한 플레이오프 진출은 확정지은 상태였던 것이다.

때마침 마지막 상대는 스위스였다. 만약 서로 다른 국가를 상대했다면 포르투갈이 아무리 대승을 거둬도 스위스가 비기기만 하면 역전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맞대결이었기에 포르투갈의 역전 1위 등극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다만, 8승 1패를 달리고 있던 포르투갈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긴 상대가 바로 스위스였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11월 유럽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스위스에게 0대2로 패했다. 또한 무승부만 거둬도 직행티켓을 거머쥐는 스위스가 한결 더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번 맞대결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었다. 바로 호날두의 존재다. 스위스에게 패할 당시 포르투갈엔 호날두가 없었다. 부상으로 인해 결장한 것이다.

이 차이가 반전을 만들어냈다. 호날두와 함께한 포르투갈은 스위스에게 2대0으로 승리하며 복수에 성공했다. 호날두는 비록 골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존재감이 달랐다.

나머지 국가를 모두 제압하고, 서로 1승 1패를 거둔 포르투갈과 스위스는 나란히 승점 27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골득실은 포르투갈이 압도적으로 앞섰다. 결국 호날두 덕이었다. 호날두는 총 10경기 중 9경기에 출전해 무려 15골을 넣었다. 포르투갈이 기록한 32골 중 절반 가까이 책임진 것이다.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긴 두 선수에게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전성기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후에도 월드컵 출전은 가능하겠지만, 나이로 인해 절정의 기량이라 보긴 어려울 것이다. 월드컵은 메시와 호날두 모두에게 아직 정복하지 못한 산이다. 우여곡절 끝에 본선 직행티켓을 조국에 안긴 이들이 우승컵까지 들어올릴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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