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지난 12일 창원 마산야구장의 모습. 이날 내린 비는 누구를 향한 미소였을까.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부마더비’로 치러지고 있는 준플레이오프에 뜻밖의 변수가 등장했다. 3차전까지 이어지며 점점 더 뜨거워지던 열기를 차가운 가을비가 식힌 것이다.

당초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지난 12일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인해 13일로 연기됐다. 이날은 비예보가 없어 경기가 치러질 전망이다.

3차전까지 앞서있는 것은 NC 다이노스다. 1차전에 이어 3차전을 가져왔다. 1차전엔 연장전에서 빅이닝을 터뜨려 짜릿한 승리를 가져왔다. 2차전엔 영봉패를 당했지만, 3차전엔 타선이 다시 폭발했다. 여러모로 유리할 뿐 아니라 기세도 앞서있었다. 때문에 12일 내린 비에 더 아쉬운 것은 NC였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NC 김경문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NC에게도 나름대로 우천연기가 반가운 이유가 있어서다. 바로 포수 김태군이다. 포수라는 포지션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에 더해, 김태군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파이팅’이 좋은 선수다.

그런데 당초 김태군은 12일 경기의 선발명단에서 제외됐었다. 군 복무를 위해 12일 오전 경찰청 야구단 자격시험을 치렀기 때문이다. 시험은 서울에서 진행됐다. 김태군은 11일 경기 직후 서울로 이동했으며, 12일 시험을 마치고 비행기편으로 서둘러 돌아왔다. 야구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30분경이다. 선발출전이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때마침 비가 내렸고,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덕분에 NC는 주전포수 공백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11일 무려 5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등 13점을 기록한 타선의 분위기가 끊겼다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롯데의 신예 박세웅을 공략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을 기회를 놓친 점도 마찬가지다.

반면,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롯데 입장에선 ‘단비’였다. 롯데에게 3차전 완패는 너무나 뼈아픈 일이었고, 자칫 준플레이오프 전체 분위기를 넘겨줄 위기였다. 하지만 단비가 내려 급한불을 꺼줬다.

경기가 하루 뒤로 밀리자 롯데는 당초 내세웠던 박세웅 대신 린드블럼을 출격시키기로 했다. 박세웅이 전도유망한 선수이고, 올 시즌 12승을 기록하며 실력을 입증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린드블럼의 무게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롯데 불펜에겐 너무나도 달콤한 하루가 주어졌다. 롯데는 NC에 비해 불펜진에 걸린 과부하가 더 컸다. 1차전에서 팽팽한 연장혈투를 이어가다 맥없이 패한 여파였다. 2차전에서 승리를 챙기긴 했지만 이 역시 1대0의 살얼음판 승부였다. 3차전은 필승조를 제외한 불펜진이 전체적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손승락 등 필승조의 활약은 좋기 때문에 하루의 휴식이 롯데 불펜의 숨통을 트여주게 됐다.

이처럼 12일 내린 비는 NC로 넘어가던 준플레이오프 분위기에 또 다른 변수를 가져왔다. 과연 이 비가 누구에게 진짜 단비가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고 있는 두산 베어스는 웃고 있다.

만약 12일 경기가 예정대로 치러져 NC가 승리했다면, NC는 13~15일 3일의 휴식을 가진 뒤 두산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4차전이 하루 미뤄지면서, 승리를 하더라도 휴식일이 하루 줄게 됐다.

또한, 비로 인해 준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향할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더 높아졌다. 적어도 롯데는 더 믿음직한 투수를 내보낼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롯데가 4차전을 승리해 5차전까지 이어진다면, 두산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다. 어느 팀이 올라오든 확실한 체력적 우위를 점할 수 있고, 무엇보다 투수 운용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2017년의 가을비가 가을야구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오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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