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자급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이 제도를 제대로 활성화하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운영하는 이동전화 단말기 자급제 홈페이지>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단말기 자급제가 이동통신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 제도 하에선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단말기 자급제의 핵심은 다양한 단말기를 확보하는 것인데, 현행 전파인증제가 이를 가로막는다는 이유에서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단말기 자급제가 실시돼도 외국 단말기가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기엔 어렵다”며 “인증제도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 단말기 자급제에 드라이브 거는 정·재계

13일 정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및 이동통신업계에선 이동통신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단말기 자급제’를 강화하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주된 내용은 이동통신사 중심의 휴대폰단말기 공급구조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통사의 단말기 판매를 금지시키고, 단말기 판매는 별도의 판매점에서 하지는 게 골자다.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고객들은 스마트폰도 TV, 세탁기 등 전자제품처럼 전문 판매점에서 구매하고, 이통사 대리점에선 통신서비스만 개통하게 된다.

효과는 경쟁유발 및 고객들의 선택권 확대다. 이통사 대리점 및 판매점들은 장려금이 높은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3사의 고가 단말기를 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을 안긴다는 지적이 크다.

반면 이통사와 유통망이 분리되면 국내외 중저가 단말기를 판매하는 전문점이 증가하게 된다. 국내를 장악한 삼성과 LG전자도 경쟁에 돌입하게 되고, 이는 소비자의 효용 및 선택권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단말기 자급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이 제도를 제대로 활성화하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중국 샤오미의 20만원대 폰.<샤오미 홈페이지>

◇ ‘전파인증’ 규제에 발목 잡힐 가능성 높아

그러나 업계에선 현재 논의되는 단말기 자급제 방안으론 활성화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엔 비용 및 규제문제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본지 취재결과 KC전파인증제가 큰 걸림돌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해외 단말기가 국내에서 유통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KC전파인증이 필요하다. 이 인증은 전기제품의 안전성, 규격 및 주파수의 적정성 등이 국내 요건에 맞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다. 문제는 검사비용이 높다는 점이다.

국립전파연구원 등에 따르면 제품마다 다르지만, 중저가 LTE단말기를 인증받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5,000~6,000만원이다. 들여와도 몇 대가 팔릴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인증비용은 소규모 자급제 단말기 유통업체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또 인증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해도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해외 단말기는 한정된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 시절 도입한 ‘유심이동성제’ 때문이다. 유심이동성제는 이통사에서 판매하는 유심(가입자 정보가 저장된 칩)만 있으면 어떤 단말기든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소비자들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지만, 각 사들의 통신규격이 다른 만큼 국내 유통할 수 있는 해외 단말기도 한정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 한 인증검사업체의 관계자는 “국내 유통되는 단말기는 어떤 유심을 껴도 통화, 문자, 데이터통신이 돼야 한다”며 “해외 단말기의 경우 VoLTE 미지원 등으로 유통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물론 정부는 고객들이 해외직구를 통해 제품을 구매할 경우 KC전파인증 의무를 면제해 준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이 해외 단말기를 들여올 수 없다면 단말기 자급제를 강화하는 의미가 퇴색된다. 판매점이 생긴다 해도 삼성·LG·애플 등의 제품만 진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통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통사 제한되는 단말기라 할지라도 고객들에게 충분히 고지하고 판매한다면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LTE만 되는 폰, 또는 3G와 LTE가 되는 단말기도 들여올 수 있도록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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