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승리한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롯데 자이언츠에게 10월 14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날이다. 1992년, 마지막 우승의 기쁨을 누렸던 것이 바로 10월 14일이었다.

그해 롯데는 당시 해대 타이거즈에 단 0.5경기 차이로 밀려 정규시즌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해태가 71승 1무 54패, 롯데가 71승 55패를 기록했던 것이다. 둘의 승률 차이는 0.004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것은 롯데였다. 롯데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만나 3대0, 4대0의 완승을 거둔 뒤 해태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부산과 광주의 팀이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이 경기는 무척 흥미진진했다. 1차전은 롯데가 연장혈투 끝에 승리를 챙겼지만, 2차전과 3차전은 해태가 가볍게 승리했다. 그러나 롯데가 다시 4차전을 승리하면서 승부는 마지막 5차전 잠실로 이어졌고, 9회에만 5점을 뽑아내며 카운터펀치를 날린 롯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를 기다리고 있던 건 당시 빙그레 이글스. 기세가 한껏 오른 롯데는 1·2차전을 모두 승리했지만, 3차전엔 9회 역전을 허용하며 패했다. 그러나 다시 4차전을 가져왔고, 1992년 10월 14일 잠실에서 5차전까지 승리하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무려 25년 전 이야기. 안타깝게도 롯데는 이후 단 한 번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덕분에 현재 10개 구단 중 가장 오랜 기간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2012년 이후 가을야구와도 한동안 멀어졌던 롯데는 올 시즌 다시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시즌 막판 뒷심을 발휘하면서 3위로 시즌을 마친 것이다.

그러나 롯데의 준플레이오프는 썩 순탄치 않았다. NC 다이노스를 만나 빈타에 허덕이며 1승 2패로 위기에 몰렸다. 기세는 이미 NC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하지만 때마침 내린 비로 하루의 시간이 생겼고, 이 변수는 롯데를 향한 선물이 됐다. 경기가 하루 연기된 덕분에 롯데는 에이스 린드블럼을 등판시킬 수 있었고, 린드블럼은 호투로 화답했다. 또 3차전에서 뜨겁게 달아올랐던 NC의 방망이는 차갑게 식어버린 반면, 롯데 선수들의 공격력은 마침내 깨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우승까지는 아직 너무나도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당장 넘어야 할 산은 NC다. NC는 5차전에서 에이스 해커가 나온다. 해커는 1차전에서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 7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친 바 있다. 해커를 넘고, NC를 넘어야 우승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롯데다.

마침 롯데는 마운드의 새로운 희망 박세웅이 등판한다. 박세웅은 롯데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안경 낀 에이스’가 돼야 한다. 롯데는 1984년과 1992년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데 모두 ‘안경 낀 에이스’가 있었을 때였다. 1984년엔 최동원이 있었고, 1992년엔 염종석이 혜성 같이 등장했다.

롯데의 우승은 25년 전 10월 14일에 멈춰있다. 이제 새로운 우승의 역사를 써야할 때가 됐다. 하늘의 도움까지 받은 롯데가 올해는 또 다른 우승의 날을 달력에 새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