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첫 가을야구는 조금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2015년 10월 롯데 자이언츠 감독으로 깜짝 선임된 조원우 감독. 그를 향한 시선엔 ‘초보 감독’이란 우려가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감독 데뷔해인 지난해 롯데가 무기력하게 8위를 기록하자 그를 향한 기대는 더 낮아졌다. 지난해 시즌 막판 텅텅 비었던 사직구장 관중석은 이러한 면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하지만 조원우 감독은 감독 2년차인 올해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며 부산을 뜨겁게 만들었다. 2012년 이후 롯데의 첫 가을야구 진출이었다. 특히 시즌 막판 매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라이벌 NC 다이노스를 제치고 3위에 올라 팬들을 더욱 기쁘게 했다.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상대는 와일드카드전에서 SK 와이번스를 가볍게 제압하고 올라온 NC였다. 롯데 입장에선 우승 도전뿐 아니라, NC에 대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중요한 일전이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1차전에서 롯데는 1대2로 뒤지던 8회말 박헌도의 짜릿한 동점 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져오는듯했다. 하지만 에이스 린드블럼에 이어 필승조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이 모두 소진되자 마운드가 급격히 무너졌다. 박시영, 이명우, 장시환이 11회초에만 7실점을 허용했고, 여기엔 모창민의 만루홈런까지 있었다. 조원우 감독의 가을야구 데뷔전은 침통했다.

다행히 2차전은 달랐다. 선발투수 레일리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물러났지만, 역시 박진형과 조정훈, 손승락이 차례로 올라 NC 타선을 틀어막았다. 덕분에 득점은 단 1점으로 충분했는데, 2회말 무사만루에서 나온 문규현의 병살타가 유일한 득점이 됐다. 이렇게 가까스로 1대0 승리를 거둔 롯데는 타점 없이 승리하는 이색 기록을 남겼다.

3차전은 다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선발투수 송승준은 1회에만 3점을 내주는 등 3이닝 5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타선이 2회와 5회 각각 2점을 뽑아내며 추격했지만, 필승조가 나설 수 없는 불펜은 또 다시 무너졌다.

기세가 NC쪽으로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4차전은 부담이 컸다. 그런데 이때 묘한 변수가 등장했다. 비가 내리면서 경기가 하루 연기된 것이다. 벼랑 끝에서 에이스 린드블럼이 등판할 수 있게 됐고, 필승조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하루의 휴식은 무엇보다 달콤했다. 또한 3차전을 통해 뜨겁게 달아올랐던 NC 타선 및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실제로 비는 조원우 감독에게 미소를 지었다. 4차전에서 롯데는 린드블럼의 호투와 모처럼 시원하게 터진 타선의 조화 속에 7대1 완승을 거뒀다. 타선이 감을 찾고, 필승조가 휴식을 취하며 5차전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운명의 5차전은 또 다시 비로 인해 조금 늦게 시작됐다. 롯데에게 행운을 안긴 비였기에, 조원우 감독 입장에선 반가울듯했다.

경기 초반은 팽팽했다. NC의 에이스 해커는 굳건했고, 롯데의 영건 박세웅은 당돌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박세웅의 힘이 조금씩 떨어졌다. 5회 볼넷과 안타 2개를 연속으로 허용하며 첫 실점을 내줬다.

아직 만회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롯데는 그렇게 무너졌다. 뒤이어 등판한 투수들이 속절없이 무너지며 5회에만 7실점을 허용했다. 결국 롯데는 0대9 참패로 올 시즌 가을야구를 허망하게 마쳤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조원우 감독이었다. 극적인 우천연기와 4차전 완승으로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온 롯데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했다. 조원우 감독 역시 “린드블럼과 레일리를 제외하고 모두 대기한다”며 이 같은 각오를 언급했다.

하지만 정작 경기에선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세웅이 5회 시작과 함께 흔들렸지만, 몸을 푸는 불펜투수는 없었다. 뒤늦게 몸을 푼 조정훈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무기력한 볼넷을 내줬고, 적시타까지 허용했다. 이어 땅볼과 희생플라이로 2아웃을 만들었지만, 다시 볼넷 2개를 허용하며 이닝을 마치지 못했다. 불을 꺼야할 소방수가 오히려 불을 키운 셈이다. 조정훈의 뒤를 이어 등판한 이명우도 적시타 2개에 3실점을 추가했을 뿐이다.

조원우 감독이 선택한 불펜투수는 물론 몸을 푼 타이밍까지 모두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포스트시즌임을 감안할 때 4이닝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박세웅은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 또한 물러설 곳 없는 마지막 경기였고, 필승조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상태였다. 남은 5이닝은 불펜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조원우 감독에겐 분명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다. 앞서 NC를 상대로 호투를 이어온 박진형이다. 물론 박진형이 필승조 중 유일하게 4차전에 출전했던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 또 조정훈에 대한 믿음과 더 큰 승부처를 위한 대비 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치더라도 조정훈이 몸을 푼 타이밍, 즉 준비는 너무나 안이했다. 정규시즌도 아닌 포스트시즌에서 말이다.

이명우를 투입한 점도 의아하다. 어렵긴 하지만, 0대4는 분명 해볼 만한 점수였다. 일단 급한 불만 끄면, 롯데에겐 5번의 공격기회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0대7은 너무나 멀었다. 사실상 갈린 승부에 롯데의 공격은 더 무기력해졌고, 해커는 더 힘을 냈다. 롯데는 0대4에서라도 확실한 카드를 꺼내 NC를 막아야 했다.

모처럼 가을야구를 맞이했던 롯데팬들은 다소 씁쓸하게 가을야구를 마치게 됐다. 승패여부를 떠나 5차전은 너무나 허무했다. 감독의 판단미스가 경기에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아쉬움을 감추기 어렵지만, 그래도 조원우 감독에겐 첫 가을야구였다. 이번 실패는 적어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을 남겼다. 물론 그 경험을 관록으로 바꾸는 것은 조원우 감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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