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보여준 김준완의 슈퍼캐치는 기록지가 아닌 야구팬들의 머리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SBS 중계화면 캡처>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은 NC의 13대5 승리로 끝났다.

결과만 놓고 보면 타선의 힘이 승패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양팀 합계 18득점에 26개의 안타가 나왔고, 경기 중 3번의 역전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진짜 분기점은 공격이 아닌 수비였다.

30여미터를 전력 질주해 날아오른 NC 김준완이 공을 잡아내자 잠실 야구장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뻗어가는 타구를 보며 환호하던 두산 팬들은 순간 침묵했고, 초조해하던 NC 팬들은 환호했다. 타구를 함께 쫓던 권희동은 마치 관중처럼 두 팔을 들고 환호했고, 적시타를 빼앗긴 두산 민병헌은 허탈하게 웃었다.

김준완의 슈퍼캐치는 4회말 2사 1·3루에서 나왔다. NC는 2회말 1점을 먼저 내준 뒤 3회초 2점을 뽑아 역전했다. 하지만 4회말 장현식이 흔들리며 3점을 다시 빼앗겼다. 그러자 NC 김경문 감독은 맨쉽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맨쉽의 첫 상대는 민병헌이었고, 민병헌은 두 번째 공을 강하게 받아쳤다. 모두가 안타를 의심하지 않던 바로 그 순간, 김준완의 슈퍼캐치가 나왔다.

만약 김준완이 이 공을 잡아내지 못했다면, 최소 1실점은 물론이고 1루 주자도 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점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소방수로 투입한 맨쉽이 첫 타자에게 무너졌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벌어졌을 점수 차와 흔들렸을 맨쉽을 생각하면, 이날의 결정타가 될 수 있는 타구였다. 그걸 김준완이 잡아낸 것이다.

김준완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회말 3실점으로 두산에 넘어가던 분위기를 다시 NC가 가져왔다. 이어 5회초 공격의 포문을 연 것도 김준완이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준완은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이어 나성범의 안타가 나왔고, 박민우의 1루 땅볼은 상대 실책으로 연결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만루상황에서 타석에 등장한 스크럭스는 호쾌한 만루홈런으로 경기를 다시 뒤집었다. 이 홈런은 이날 결승타였다.

포스트시즌에서 1차전의 중요성은 너무나 자명하다. 김준완은 그런 1차전을 가져오는데 있어 가장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김준완의 슈퍼캐치는 기록되지 않는다. 스크럭스의 짜릿한 만루홈런은 경기기록상 영원히 기록되겠지만, 김준완의 슈퍼캐치를 기록할 항목은 없다. 기록상으로는 민병헌의 뜬공일 뿐이다.

그러나 김준완의 슈퍼캐치는 NC팬 뿐 아니라 모든 야구팬들의 뇌리에 꽤 오래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NC가 1차전 승리를 바탕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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