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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국감 현장스케치] 뜨거운 설전… 의원도, 위원장도 할 말 많았던 공정위 국감
2017. 10. 19 by 현우진 기자 hwjin0216@naver.com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응답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뉴시스>

[시사위크|여의도 국회=현우진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가 19일 개최한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의 열기는 뜨거웠다. ‘갑질’을 위시한 공정거래 문제가 사회이슈로 떠오른 반향이다. 이날 대다수 의원들은 발언제한시간 5분을 한참 넘기며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 등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지적하고 공정위 내부의 쇄신을 요구했다. 빠른 진행을 촉구하던 이진복 정무위원장 또한 오전 회의가 끝나갈 무렵 발언권을 요청하고 10여 분 간 열변을 토했다.

◇ 여유 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에 둔 국정감사였던 만큼 김상조 위원장은 쉴 틈이 없었다. 오전 회의 동안 모든 질문이 김상조 위원장에게 쏟아졌으며, 다수의 증인과 참고인이 발언한 오후에도 코멘트를 요청하는 의원들에게 일일이 답해야 했다.

다만 그 와중에도 특유의 여유는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공정위 소속 박사급 인력이 단 4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0.7%에 불과하다는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인력충원 계획은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의원님이 (예산 확보와 관련해)잘 좀 도와 달라”고 너스레를 떨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같은 당 김종석 의원이 “‘공정거래 재판장’이 중립에서 벗어난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위원장의 개인적인 생각을 발언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고 공격하자 학자 출신인 자신의 배경에 빗대 “제가 아직 먹물이 다 안 빠졌다”고 받아넘기기도 했다.

◇ ‘적폐’ 표현 두고 드러난 입장차

더불어민주당의 민병두 의원은 ‘적폐’라는 단어를 유난히 자주 입에 올렸다. 공정위 출신 인사들의 기업·로펌 재취직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1조원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 중인 이동통신 반도체업체 퀄컴은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법률대리인 고문 자격으로 확보한 상태다. “고위공직자의 윤리의식이 이 정도로 무너졌다”고 개탄한 민병두 의원은 재건축·재개발 관련 사업체의 비리행각을 지적한 자리에서도 “생활적폐·민생적폐다. 공정위가 민생경제적폐를 말소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상조 위원장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하면서도 “적폐라는 단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모르겠다”고 첨언했다. 민병두 의원이 민생경제적폐라고 표현한 재건축비리에 대해서도 ‘생활 속에서 일반국민의 권익을 해치는 행위’라고 풀어 말하며 ‘적폐’ 표현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이는 공정위의 독립성을 의심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상조 위원장은 임종석 비서실장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부처 내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신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도 “(공정위는)지시와 관계없이 자율적‧독립적으로 결정한다. 공정위 내에 만들 생각은 없다”고 답변했다.

◇ 기업집단국에 대한 ‘철학적’ 문제제기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의 초점은 지난 9월 공식 출범한 공정위 산하 기업집단국에 맞춰졌다. “정부의 기업 인식에 문제가 많다”고 입을 뗀 김선동 의원은 기업집단국 신설에 대해 “기업을 위축시키고 범죄자 취급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공정거래만 보고 진행하다가 기업이 어려워지면 공정거래를 따질 것조차 없다”는,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도 나왔다. 추가질의에서는 “공정위는 사후조치를 하는 기관이지 사전에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기관이 아니다”며 공정위의 권한 확대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김상조 위원장은 김선동 의원의 지적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 기업집단국은 실태파악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는데 집중할 것이다”면서도 ‘사후적 감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입증됐을 경우’ 사전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여 여운을 남겼다.

◇ 집중포화 맞은 티브로드

다수의 기업 관계자들이 출석했던 오후 회의는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의 요청으로 티브로드 강신웅 대표가 증인대에 섰던 시간은 예외였다.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 등 기업행태가 문제시됐을 뿐 아니라 협력업체에 대한 내부 갑질 문화도 문제시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건용 티브로드 노조지부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직원들 뺨을 때리고 ‘빠따’를 쳤다. 젊은 직원 두 명이 자살했는데 회사는 가정불화로 치부한다. 협력사를 쥐어짜면서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회사다”고 증언하며 울먹임을 참지 못했다. 최초 문제제기자인 추혜선 정의당 의원을 두고 고위 관리자가 공식 회의자리에서 욕설을 했다는 녹취록도 공개됐다.

바톤을 넘겨받은 것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었다. 강신웅 티브로드 대표에게 “추혜선 의원을 두고 무슨 얘기가 나왔는지 이 자리에서 한번 해 보라”고 윽박질렀다.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하겠다”는 강 대표의 발언을 두고선 “아직도 잘못한 게 뭔지 모르겠냐”고 호통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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