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SK하이닉스의 위장도급 건 관련해 늑장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SK하이닉스의 운전기사 위장도급 문제가 지난 8월 세간에 알려졌지만, 고용노동부는 최근에서야 실태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같은 조사도 1심 재판서 승소한 운전기사들의 민원에 따른 것이다. 근로자를 위한다는 고용노동부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15부(재판장 문유석)가 지난 8월 21일 내린 판결은 비록 1심이지만, 많은 주목을 받았다. 현 정부 및 대중의 관심사인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 확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SK하이닉스가 운전업무 용역업체 직원들을 위장도급 형태로 고용하고 있었다고 판단, 이들을 직접고용하고 그간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관련기사:SK하이닉스, 법정서 드러난 ‘위장도급’의 민낯>

이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당시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판결문을 우선 입수해 검토한 후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과 근로자 간의 사무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는 통상 민원을 통해서 사건을 접수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자체적으로도 모니터링 및 실태조사에 착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고용노동부는 SK하이닉스의 ‘파견법’ 위반여부 등을 점검하고, 시정조치 및 형사고발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2개월이 지나도록 SK하이닉스의 위장도급 이슈의 조사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에 참여했던 운전기사 A씨는 26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1심 승소 후 고용노동부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전혀 없었다”며 “이달 10일 국민신문고에 진정을 넣고 나서야 고발여부를 묻고, 판결문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1심 판결 후에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운전기사들의 민원이 들어오자 조사에 나선 모양새다.

고용노동부 측은 이와 관련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민사 1심에서 승소했다고 해도 아직 종결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자신들의 조사는) 진행 중인 재판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엔) 규정 또는 지침은 없지만, 실무 차원에서 관측하는 편”이라며 “다만 민원이 제기되면 조사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행정부와 사법부 간의 판단이 엇갈리게 되면 곤란하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는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대기업에 맞서고 있는데, 주무부처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모습이기 때문이다. 물론 무조건 근로자의 편을 들어주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로 수집되는 사실관계 및 증거들은 소송능력이 대기업에 비해 크게 부족한 근로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현재 SK하이닉스 박성욱 대표에게 내달 1일 출석을 요구를 한 상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출석요구 대상은 항상 대표이사”라며 “그러나 일반적으로 대리인, 또는 담당자가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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