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건 대한법조인협회장이 27일 법무법인 집무실에서 “로스쿨 채용 비리 문제가 만연하다”며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김현수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로스쿨 제도가 도입 된지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다음달 마지막 사법시험의 최종합격자가 발표가 되면, 이제 법조인이 되기 위한 창구는 로스쿨만이 남게 된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입시 기준을 둘러싸고 공정성 시비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채용 과정에서 각종 특혜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이른바 ‘금수저’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과 함께 ‘현대판 음서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같은 민낯을 드러내는 사건이 지난해 국가 감독기관에서 터지기도 했다. 바로 금융감독원의 ‘로스쿨 변호사 채용 비리’ 사건이다. 어느 곳보다 투명해야 할 감독 기관이 채용 기준까지 임의로 바꿔, 로스쿨을 갓 졸업한 전직 국회의원 아들을 특혜 채용한 이 사건은 법조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안겼다.

최건 대한법조인협회 회장에게도 당시 사건은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지난 1월 협회 소속 변호사 105명과 함께 관련 비리 연루자들을 고발한 최 회장은 “심지어 금감원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다른 일반 로펌이나 기관들은 어떻겠냐”면서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시사위크>에서는 27일 최 회장의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이와 관련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최건 대한법조인협회장이 지난해 금융감독원 로스쿨 변호사 채용 비리와 관련래 “몸통 대신 깃털만 처벌을 받았다”고 성토했다. <사진 김현수 기자>

- 로스쿨 제도 개혁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협회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사법시험 출신 법조인이 주축이 돼 활동하고 있다. 단체가 정식으로 만들어진 것은 약 2년 정도지만 활동한지는 5~6년 정도 됐다. 주요 사법 현안에 대해 뜻을 모아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로스쿨에 대해서는 문제점이 많다는 것은 공감하면서도 개혁 방안을 내놓는데는 미진한 실정이다. 심지어 당시 제도를 도입한 여당에서도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작게나마 제도 개혁과 문제점 고발에 힘을 보태고자 활동하게 됐다.”

- 지난해 금감원의 ‘로스쿨 변호사 채용 비리’ 사태가 터졌다. 어떻게 봤나.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간 변호사 채용 비리는 무리해서 한명을 합격시키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는 특정인을 위해 아예 ‘맞춤형 전형’을 만들었다. 이전과 달리 경력 요건을 없애고 인턴 우대 조항을 넣어 유리한 전형을 만들었다. 심지어 어떻게 하면 채용에 붙고 떨어질지 살펴보기 위해 시뮬레이션까지 돌렸다는 얘기도 들었다. 한명을 뽑으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사실 내부 채용 문제는 외부에 알려지기 쉽지 않는 편이다.
“쉬쉬하면 알 수 없는 내용이다. 협회에서도 채용 비리 관련한 제보를 받기도 했지만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내용을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다. 변호사 채용 비리 의혹이 비일비재함에도 조직과 본인이 쉬쉬하면 외부에 알려지기는 어렵다.”

- 최근 금감원 변호사 채용 비리 연루 전직 임원들의 1심 재판이 있었다. 협회 소속 변호사들이 최수현 전 금감원장과 임원 2명, 특혜 당사자 등 총 4명을 고발했지만 재판에는 2명만 넘겨졌다. 그리고 최근 임원 2명에 실형이 선고됐다. 어떻게 봤나.
“몸통 대신 깃털만 처벌을 받은 경우가 아닌가 싶다. 최수현 전 원장은 특혜 변호사의 아버지인 전직 국회의원 임모 씨와 행정고시 동기로, 이번 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받았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은 최 전 원장이 실무 임원에게 해당 채용 건에 대해 ‘잘 챙겨보라’라고 말한 사실을 파악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특혜 채용을 지시했다고 어렵다고 봤다. 상하관계가 분명한 조직의 특성상 이 말을 단순한 의미로 볼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결국 특혜를 청탁하거나 지시한 사람은 밝혀지지 않고 지시를 행한 사람만 처벌을 받는 찜찜한 결과만이 나왔다.”

- 비슷한 판례는 없나.
“같은 판례는 접해보지 못했다. 다만 조직폭력배 관련 사건에서는 ‘혼내줘라’는 말만으로도 죄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해당 판례에서는 지시를 한 사람과 지시를 받은 사람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 유죄 여부를 판단했다. 이번 사건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로 본다.”

최건 대한법조인협회장이 로스쿨 입학 시스템의 불투명성에 대해 개선을 주장했다. <사진 김현수 기자>

-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항고한 상태다.
“현재 심사 중이며,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1심 선고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재판이 나온지 한달이 넘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얘기가 없는 상태다. 이번 사건이 이렇게 처리된다면, 나중에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 유력 자제들을 특혜 채용하는 사례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협회가 로스쿨 제도를 비판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같은 사례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전까지 고관대작 자녀들이 로스쿨 졸업 후 어디에 취업했는지를 알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었다. 이제는 너무 많아서 업데이트가 안 될 정도다. 물론 모든 사례를 특혜라고 의심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유독 부모의 모교 로스쿨에 들어가거나 졸업 후에 대형 법무법인이나 검찰에 들어가는 사례가 많은 점은 석연치 않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 로스쿨 입학 제도를 두고도 공정성 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보나. 
“우선 입학 제도부터 문제가 많다. 입학전형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가 안 되고 학교별로 차별를 두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우선 명문 대학 출신 학생들에게는 입학도 유리하다. 수도권과 지방대학 출신별로 각각 배점이 다르다. 이에 지방 대학 출신들은 낮은 점수를 받기 때문에 상위권 로스쿨에 진학이 어려운 구조다. 자의적인 평가가 개입할 여지도 있다. 과거 자기 소개서에 자신의 아버지의 이력을 적는 사례가 빈번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를 알아보고자 협회 차원에서 재작년에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논란 후 이를 금지하는 기준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전형 과정에 자의적인 평가가 개입할 요소가 많다고 본다.

학사 교육 과정이 약화된 점도 문제다. 로스쿨 설치 대학은 법학부가 폐기됐다. 미 설치 대학에 학부 과정이 남아있지만 위상이 저하되고 있다. 로스쿨이 잘 정착된 미국의 경우, 학부 과정이 잘 관리되고 있는 편이다. 정통 학문을 공부하는 인재를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한데, 현행 제도 안에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최건 대한법조인협회장이 위상이 약화된 법학부의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김현수 기자>

- 그렇다면 로스쿨 제도를 어떻게 개혁해야 한다고 보나.
“지원과 과정, 결과가 투명해야 한다. 우선 입학 전형 자체가 투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 변호사 시험성적을 공개해 보다 투명하게 운영되야 한다고 본다. 사법시험 합격자의 경우 연수원 성적이 공개된다. 법학부나 연수원은 이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 시험 성적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렇다보니, 채용 과정에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다.”

-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이유로 사법시험을 존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협회도 사법시험을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현재 국회에서 사법시험 존치 법안이 계류하고 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문제점이 많다는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채용 비리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고칠 수 있는 기회도 많았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고 본다. 또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에 대해서는 본회의에 상정해 가부라도 물었으면 좋겠지만 현재까지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 이제 다음달 최종 합격자가 나오면 사법시험은 공식적으로 폐기된다. 소회가 남다른 것 같은데.
“작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의뢰인의 딸이 찾아와서 상담을 했는데, 법조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그래 공부 열심히 해라’라고 말을 했을텐데,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법조인이 되려면 우선 고액의 등록금부터 마련을 해야 할텐데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친구였다. 설령 로스쿨에 들어가 수료를 한다고 하더라도 좋은 곳에 취업이 어려울 게 예상되다 보니, 쉽게 답을 못해줬다. 개인의 능력으로 노력해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창구가 없어지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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