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주요 건설사 CEO들이 참석해 2015년 약속한 2,000억 규모의 사회공헌재단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오갔다. 왼쪽부터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 GS건설 임병용 사장, SK건설 조기행 부회장, 대림산업 강영국 부사장,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 <시사위크>

[시사위크|여의도국회=범찬희 기자] 주요 건설사 CEO들의 대거 출석이 예고되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 20일 간의 여정을 마치고, 올해 국정감사 일정을 마무리하는 31일 열린 국토위 종합감사의 최대 화젯거리는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이었다. 소속 상위임 의원들은 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담합 행위를 근절하고 2,000억 규모의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해 국민들께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수년째 지키지 않고 있는 건설사 CEO들을 향해 매서운 질타를 쏟아냈다.

◇ 대국민 약속 ‘모르쇠’한 건설사들 뭇매

31일 열린 국토위 종합감사에는 상임위에서 일반 증인으로 채택했던 주요 건설사 CEO 대부분이 참석했다.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과 대림산업 강병욱 부사장, SK건설 조기행 부회장 외에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던 삼성물산의 최치훈 사장과 GS건설의 임병용 사장도 국토위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증인 선서를 마친 후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증인석에 착석한 이들 5개 건설사 CEO들에게 상임위 의원들은 예고한대로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에 대한 질의를 시작했다.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이란 4대강 사업 등에서 담합을 한 혐의가 드러나 영업정지를 받은 건설사들이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정부로부터 입찰 제한 해지라는 면죄부를 받으면서 내건 대국민 약속이다.

당시 건설사들은 연내로 2,000억원 규모의 공익재단을 설립해 업계 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재단이 설립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모금된 금액은 47억원에 그쳤고, 이마저도 일부가 운영 자금으로 사용되면서 정상적인 재단 운영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민홍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당시 건설사들은 스스로 자정결의안을 발표하면서 4가지 결의 사항을 약속했는데 그 중 하나가 사회공헌재단 설립이다. 아직까지 기금 출연을 안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재단의 구성이라든가 재단의 목적 등 운영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회사로서도 부담되는 가격 이었다”면서 “업계와 협의해 제출한 계획대로 이행하겠다”고 답했다.

조기행 SK건설 사장도 “이행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아 단독적으로 이행을 할 수 없었다. 업계 모두가 참여해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된다면 기금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당 소속의 강훈식 의원은 대림산업을 겨냥해 날선 질문을 이어갔다. 그는 “대림산업은 사면 이후 4조가 넘는 수주를 따냈다. 사면복권이 필요할 때는 재단 설립을 약속하고 이후엔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강영국 부사장은 “(당사는) 기금 출연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31일 국토위 종합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선정됐으나, 울산에서 진행된 노인회 행사 참석을 이유로 불출석한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에 대한 의원들의 강도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시사위크>

◇ 건설사 CEO 이구동성 “내년 경기 더 어려워”

사회공헌재단에 대한 질의 후에는 내년 건설경기 전망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5개 건설사 CEO 모두 내년 건설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강영국 대림산업 부사장은 “건설사에 30년 넘게 다닌 이래 해외시장이 가장 어려운 때다. 한때 700억달러에 이르던 해외수주 규모가 3분의 1수준인 250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며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 역시 “유가하락과 국가 재정 등의 이유로 내년 해외건설 수주는 굉장히 줄어들 것”이라면서 “국내에서도 주택사업의 부진이 예상됨에 따라 정부에서는 SOC예산 사업 늘려줄 것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채용 규모와 관련해서는 SK건설과 대림산업이 각각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40~50명의 신규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날 국토위 종합감사에서는 건설사 CEO 가운데 유일하게 불참한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오전에 울산에서 진행되는 노인회 행사 참석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이 회장에게 동행명령장을 제출해서라도 출석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이원욱(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중근 회장은 간사로부터 가장 많은 신청을 받은 증인”이라면서 “행사 후 12시 식사를 마치고도 충분히 참석할 시간이 있는데도 불출석해 국토위 권한이 처참히 붕괴됐다. 부영주택에 대한 청문회 개최 서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부영은 정부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아 재계 16위까지 성장한 기업인데, 법망을 피해 기업공개를 피하고 임대주택사업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다”며 “서민에게 묻힌 한을 풀어주는 게 국회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