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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예산심의② 아동수당] 제2의 누리과정 재연 경계하라
2017. 11. 03 by 은진 기자 jin9eun@sisaweek.com
429조원 규모의 2018년도 예산안 본격 심의가 시작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2018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문재인 정부는 첫 예산안 기조를 ‘사람 중심 경제’로 잡고 복지 예산을 크게 늘렸다. 이 같은 기조 하에 2018년부터는 ‘아동수당’이 지급된다. 보호자의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0~5세 아동 1명당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제도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지방비 부담이 있어 향후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의 예산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시절 극으로 치달았던 ‘누리과정’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수당 제도는 2018년 7월부터 시행된다.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시행 첫 해인 내년도 6개월 치 아동수당에 소요되는 예산은 총 1조5,207억여 원이다. 이 가운데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국고보조금은 1조912억여 원이다. 나머지 4,300여억 원은 광역 시도와 기초지자체가 부담하게 된다.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에 대해서는 나라가 76% 가량을 보조하고 서울시만 50%를 부담한다.

12개월 간 지급되는 2019년부터는 총 예산이 약 3조 원대로 추산되면서 지방비 부담액도 약 8천억 원대에 이른다. 아동수당 수급 대상인 아동인구 비중이 높은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우 내년에는 1천억 원대의 재정이 소요되고, 2019년부터는 2천억 원대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12개월 간 지급되는 2019년부터는 총 예산이 약 3조 원대로 추산되면서 지방비 부담액도 약 8천억 원대에 이른다. <고용노동부>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아동수당 예산안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아동수당 도입에 따라 지자체의 지방비 확보 부담이 예상되므로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합리적인 재원분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정부는 아동수당 국고보조율을 66.2%(서울 35%, 지방 65%)로 적용하는 안을 논의했으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를 거치면서 5%p를 높여 국고보조율을 평균 71.8%(서울 40%, 지방 70%)로 결정했다.

하지만 예정처는 “아동수당은 대표적인 보편적 복지 사업으로 아동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전액을 국고로 부담하거나 국고보조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일부 지자체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또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기초연금 인상 등 아동수당 외 복지정책도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는 점을 향후 예산안 심의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짚었다.

따라서 아동수당이 시행되면서 지자체 부담이 늘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갈등을 빚었던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재정자립도가 40%도 안 되는 지역을 들며 “대통령 공약사업 비용을 중앙정부가 책임지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지자체들의 재정은 파탄으로 내몰려 ‘제2의 누리과정 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동수당 제도 자체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예정처는 “아동수당 제도는 지급 대상과 금액, 지급 기준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설계될 수 있는 만큼 계류돼 있는 법안들과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해 효과적인 제도설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총 10건의 아동수당 관련 법률안은 지급대상 연령, 지급금액, 지급기준 등이 각각 다 다르다. 때문에 향후 법 제정과정에서 아동수당 제도의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동수당이 보편적 복지사업인 만큼, 시행 첫 해에 제도상 혼란이 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하거나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 경우에는 아동수당 지급을 제한하고 방문조사 등을 통해 실제로 아동을 보호하고 있는 보호자만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예정처는 “실제 양육하지 않는 부모에게 아동수당이 지급되는 등 부당 수령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별 조직·인력 확충 및 시스템 구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