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진땀을 빼고 있다. 핵심 의혹은 편법 증여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힐끔 쳐다봤을 뿐 손을 멈추지 않았다. 생업의 현장에선 시간이 돈이다. 기자의 방문이 달가울 리 없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과 중학생 딸이 건물주로 있는 서울 충무로 상가 주변은 인쇄업과 오토바이 거리로 유명한 곳이다. 한길만 걸어온 소상공인들의 뚝심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타인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이들은 홍종학 후보자의 가족이 소유한 건물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 “쫓겨났다” 주장한 세입자, 취재 요청엔 손사래

특히 기자가 2일 문을 두드렸던 한 박스접착 업체에선 불편한 내색을 보이기도 했다. 벌써 며칠 째 취재진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마음이 무거워진 것. 익명을 요구한 직원 A씨는 “이곳(충무로) 사람들이 대부분 오래 일한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 얼굴만 아는 정도이지 속사정을 나눌 만큼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홍종학 후보자의 가족이 소유한 건물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하는 B씨의 경우도 “이사를 가는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가건물인 데다 낡아서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B씨는 해당 건물에서 25년간 인쇄소를 운영하다 3년여 전 가게를 비워줬다. 현재는 100m 이내 거리에 있는 한 건물에 입주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취재 요청엔 부담을 표시했다. 앞서 “쫓겨났다”고 보도된 인터뷰 기사도 정정보도를 요청한 상태로,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응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정보도 요청이 “관련 내용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가게를 비워줄 당시 B씨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홍종학 후보자의 부인과 중학생 딸에게 증여된 서울 충무로 상가 건물. 리모델링 과정에서 가건물을 헐고 주차장으로 만들었으나, 주변에선 향후 증축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소미연 기자>

불만은 B씨 외 다른 세입자들도 있었다. 주변의 말을 종합하면, 불만의 시작은 건물의 ‘새 주인’이 등장하면서부터다. 당초 건물주는 홍종학 후보자의 장모였다. 장모는 건강 악화로 재산을 정리하면서 2015년 11월 딸과 외손녀에게 충무로 상가 건물 지분을 각각 25%씩 증여했다. 나머지 50%는 처남 몫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여가 끝난 이후 지난해 하반기 건물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난처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세입자 중에 아는 사람이 와서 말하기를, 새 주인이 나가라고 했다더라. 여기 사람들은 단골손님이 중요하지 않나. 그래서 돈을 더 올려주더라도 가게를 지키고 싶었는데, 이미 들어오기로 한 사람이 있어서 안 된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결국 나갔다. 그 건물에서 관리인으로 청소했던 두 노인도 나갔다. 그중 한 노인은 건물에서 생활하며 40년 가까이 일한 만큼 리모델링이 끝나면 다시 고용이 될 줄 알고 기다렸다. 하지만 연락을 받지 못했다.”

현재 리모델링을 마친 건물엔 한 디자인회사가 입주했다. 해당 업체는 올해 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65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득이하게 짐을 싸야 했던 이전 세입자들은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인터뷰 요청엔 난색을 보였다.

◇ 홍종학, 임대차 계약서 갑질 조항 시정할 계획

앞서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해당 건물의 세입자 임대차 계약서에 갑질 조항이 다수 발견됐다. 예컨대, 임대료를 2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갑은 일방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거나 임대료 및 기타 경비를 을의 사정에 의하여 납기일 경과 시 납입 총액의 연 10% 상당액의 연체료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는 등이다. 이에 대해 홍종학 후보자 측은 “부동산 중개업소가 추천하는 계약서를 활용했으며 실제 계약 내용을 어겼더라도 그대로 적용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지적받은 내용을 시정할 계획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홍종학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새정치민주연합 을지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며 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나섰던 모습과 정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일명 쪼개기 증여도 위법은 아니나, 중학생 딸이 8억원대의 건물 지분을 증여받고 증여세를 내기 위해 자신의 모친에게 2억2,000만원을 빌리는 등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홍종학 후보자의 딸은 해당 건물에서 월 500만원가량의 수입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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