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예결위 전체회의에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문재인 정부는 첫 예산안에서 복지 예산을 대폭 늘린 대신, 사회간접자본(SOC) 등 물적 투자는 줄였다. ‘사람 중심 경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적 기조 아래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우리나라 SOC가 상당 수준 축적돼 도로·철도 등 SOC 투자를 더 이상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도 동시에 작용했다. 다만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SOC가 충분하다’는 정부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반론도 상존한다.

정부의 2018년도 예산안을 보면 SOC 분야는 전년대비 4조4,000억원(20.0%) 감소한 17조7,000억원 수준으로 편성됐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16조7,000억 원 이후 14년 만의 최저치다. 특히 도로 부문과 철도 부문의 예산이 각각 1조9,000억원(26.3%), 2조6,000억원 (36.9%) 감소해 5조4,000억원, 4조4,000억원 수준으로 편성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그동안 SOC가 상당 수준 축적되었다는 판단과 한정된 재원을 여러 분야에 배분하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노동 등 다른 분야에 대한 재원배분에 우선순위를 두려는 정책적 선택에 따라 SOC 예산안을 크게 감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예정처는 “SOC 스톡이 상당 수준 축적된 이후에는 건설 중심에서 운영 및 안전 중심으로 SOC 투자 전략을 일부 수정할 필요가 있으므로, SOC가 상당 수준 축적되었다는 전제가 충족된다면 해당 예산을 감축하려는 정부의 예산 편성 방향에 대해서는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소관 SOC 분야 예산은 전년대비 4.5조원(23.2%) 감소한 14.8조원 으로 편성되었다.

하지만 SOC가 적정 수준을 충족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스톡이 상당히 축적되었다고 평가하는 SOC 등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였고, 재량지출 비중(94%, 2017년 기준)이 높은 국토교통부의 구조조정 규모가 다른 부처에 비해 크게 이루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국토면적당 도로 및 철도연장은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G20 국가 중 우리나라의 국토면 적당 연장이 고속도로 1위, 국도 2위, 철도 6위에 해당하므로 그동안 축적된 SOC 스톡을 고려하여 신규사업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예정처는 예산심의 분석 보고서에서 “국제비교는 한 국가의 특성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SOC 스톡이 부족하다는 연구결과가 도출된다 하더라도 예산 정책 수립에 정당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 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SOC가 충분히 축적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도 있다. 예정처는 “2015년 기준 전국 교통혼잡비용은 33조4,000억원으로 GDP의 2.13%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교통혼잡비용이 GDP 대비 0.83%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의 1일 평균 통근시간은 58분으로 OECD 국가 중 최장이고, OECD 평균 29분의 두 배 수준이며, 일본․독일․미국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매우 긴 수준”이라고 짚었다.

예정처는 “이번 예산안 편성 방향이 민간소비, 건설투자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SOC 예산 감축은 건설투자 부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2018년도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예산안 편성방향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1990년대 이후 SOC 시설물 확충이 가속화됨에 따라 2020년도부터 준공한지 30년 이상 경과한 시설물의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노후 SOC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국민의 편의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거나 SOC의 기능 저하, 수명 단축에 따른 비용 발생 등으로 국가재정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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