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퍼스를 이끌어나가야하는 블레이크 그리핀(맨 왼쪽).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2000년대까지만 해도 LA 클리퍼스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약체 팀이었다. 연고지와 구장을 공유하는 LA 레이커스가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며 리그 최고의 명문으로 우뚝 섰던 반면 클리퍼스는 1970년부터 시작된 팀의 역사 속에서 서부지구 결승무대도 한 번 밟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2012/13시즌 이후 두 팀의 위상은 뒤바뀌었다. 클리퍼스는 크리스 폴이 합류한 후 6시즌 연속 6할 이상 승률을 달성하며 명실상부한 서부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시즌 클리퍼스는 안정보다 도전을 택했다. 전술의 핵심이었던 크리스 폴을 떠나보내며 패트릭 베벌리와 루 윌리엄스 등 새 얼굴들로 로스터를 채웠다. 유로리그의 최고 포인트가드인 밀로스 테오도시치와 덴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다닐로 갈리날리의 합류는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클리퍼스의 모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LA 클리퍼스는 현재 5승 5패를 기록하며 5할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나쁘지만은 않은 승률이지만, 개막 4연승을 내달렸던 시즌 초의 기세를 떠올리면 아쉬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골든 스테이트‧샌안토니오‧멤피스 등 플레이오프에서 마주칠 확률이 높은 서부의 강팀들에게 전패했다는 사실은 팀의 경쟁력에 의문부호를 붙이게 만든다. 클리퍼스는 현재 3연패의 늪에 빠져있다.

폴과 J.J.레딕이 나간 빈자리를 테오도시치와 갈리날리로 메우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 치명적이었다.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왼발에 부상을 입은 테오도시치는 현재 복귀 시점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며, 지난 시즌 평균 18.2득점을 기록했던 갈리날리는 야투 난조 속에서 12.8득점만을 올리고 있다.

지난 8일(한국시각) 열렸던 샌안토니오와의 경기는 클리퍼스의 동력이 약화됐음을 잘 보여준다. 클리퍼스는 3쿼터 중반까지 시소게임을 벌이며 시합을 잘 이끌어갔지만, 이후 샌안토니오의 패스게임과 3점 슛을 막지 못하면서 승기를 내줬다. 샌안토니오가 팀의 에이스인 카와이 레너드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뼈아픈 패배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사실은 클리퍼스의 자랑인 두 명의 골밑 파수꾼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이다. 블레이크 그리핀과 디안드레 조던은 현재 게임당 32.7득점과 22.8리바운드를 합작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클리퍼스는 이틀간 휴식을 가진 후 오는 11일(한국시각)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대결한다. 공교롭게도 오클라호마시티 또한 클리퍼스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러셀 웨스트브룩‧카멜로 앤써니‧폴 조지라는 ‘빅3’를 구성하며 상위시드를 노렸던 오클라호마시티는 선수들의 손발을 맞추는데 실패하며 3연패를 기록 중이다. 분위기 전환이 절실한 클리퍼스에겐 놓칠 수 없는 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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