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당협위원장은 "한국에서 청년 정치를 하면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 당한다. 나 역시 새누리당에서 ‘청년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제한되는 게 싫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대한민국에서 청년 정치인은 '천연 기념물'로 통한다. 그만큼 청년 정치인의 수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청년 정치인’을 원한다. 이 때문에 수많은 청년들이 정치 입문에 도전하고 있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청년 비례대표 국회의원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청년 비례대표는 자유한국당 신보라(34), 국민의당 김수민(31) 의원 단 2명이다.

이준석 바른정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기성정치인에 도전장을 내고 당차게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했지만 쓴잔을 마셨다. 지난 2011년 ‘박근혜 키즈’라는 이름으로 여의도 정치권에 입문한 그는 ‘청년 정치’라는 특정 영역에 갇힌 채 얼굴마담으로 활동할 수 밖에 없었다.

7년차 정치인이 된 이준석은 바른정당에서 과거 자신이 겪었던 ‘청년 정치’라는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정치 입문을 원하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16일 서울 광화문 인근 커피숍에서 이준석 당협위원장을 만나 청년 정치인으로서 대한민국에서 사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 ‘청년 정치인’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청년이라는 이유로 겪는 불평등이 있었는가.

"한국에서 청년 정치를 하면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 당한다. 나 역시 새누리당에서 ‘청년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제한되는 게 싫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반값 등록금’, ‘일자리 문제’ 등 몇 가지 아이템만 할 수 있도록 제한시켰다.

왜 청년 정치인은 청년 이슈에만 참여하라고 일거리를 제한하냐. 청년은 외교·안보·국방 현안을 못 다루냐. 기성 정치인과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해 청년 정치인이 우위에 올라설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이준석 당협위원장은 "각 정당에서 ‘청년 비례대표’를 얼굴 마담으로 세우는 것"을 한국 정치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시사위크>

- 덧붙여 대한민국에서 청년 정치인의 한계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각 정당에서 ‘청년 비례대표’를 얼굴 마담으로 세우는 것이다. 청년 정치에 대한 높은 열망으로 그동안 김광진·장하나(옛 민주통합당), 김상민(옛 새누리당) 등 청년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여의도 정치권에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이 청년 비례대표로 활동했기 때문에 청년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는 청년들은 없지 않냐. 청년 정치인이라는 이름으로 정당에서 제한된 역할만 하다가 망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

- 한국 청년 정치인의 한계를 지적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청년 정치인이 겪는 불평등이 없나.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당시 39세 나이로 최연소 영국 보수당 대표가 됐다. 또 에드 밀리밴드라는 정치인은 당시 40세에 최연소 영국 노동당 대표가 될 수 있었다. 이들은 지금 제 나이(33세) 때 모든 이슈에 대해 접근하면서 제대로 정치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성 정당의 대표가 될 수 있었다."

이준석 당협위원장은 "청년이 기성 정치권에 뛰어들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사위크>

- 자신의 실패를 바탕으로 바른정당 청년정치학교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고 들었다.

"그렇다. 바른정당 청년정치학교 커리큘럼을 만들 당시 쳥년 문제를 다루지 말자고 당 지도부에 제안했다. 청년에게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가르쳐 주는 게 정치학교의 역할이다. 여러 이슈에 대해 청년들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은 결국 본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제한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다양한 이슈를 청년이라는 틀 안에 국한시켜 버리면 당장 잘 훈련된 경제학자도 ‘청년만의 일자리 창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바른정당의 경우 토론 배틀을 하는데, 훈련만 잘 돼 있으면 어떤 이슈든 대응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인 이준석이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해 말해달라.

"더 이상 청년 정치는 안 한다. 당선되는 게 목표다. 또 청년이 기성 정치권에 뛰어들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고 싶다. 예를 들어 청년, 기성 정치인 모두 참여하는 끝장토론장을 만든 뒤 여기에서 승리한 사람이 지방선거 공천을 받는 것이다. 세부적인 안은 고민 중이지만 우선 유승민 대표에게 ‘끝장토론 공천제도’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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