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김하성(왼쪽)과 구자욱.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스포츠에 있어 라이벌의 존재는 무척 중요하다. 상대의 존재가 부담스럽고 불편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더욱 채찍질을 하게 된다. 결국은 둘 다 발전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리 프로야구 역사에서도 이처럼 ‘건강한 라이벌’의 사례가 적지 않다. 멀게는 고(故) 최동원과 선동렬이 있고, 올 시즌에는 양현종과 헥터가 라이벌이자 동반자로 좋은 성적을 냈다. 특히 라이벌 관계를 통한 동반 발전은 국가대표팀의 경쟁력 차원에서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이번에 처음 열린 APBC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젊은 선수들이 보여준 의지와 열정, 성실함과 잠재력은 높이 살만 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에게 압도적 패배를 당했다는 점과 이 과정에서 많은 기대를 받았던 일부 선수가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주장이란 중책까지 맡은 구자욱은 이번 대회에 나선 야수 중 가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기대치가 워낙 크기도 했으나, 안타를 단 하나도 치지 못했다는 점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반면, 4번 타자이자 유격수로 출선한 김하성은 제몫을 해냈다는 평을 받는다. 일본과의 첫 경기에선 솔로홈런으로 우리 타선을 깨웠고, 대만과의 경기에선 볼넷을 골라 나간 뒤 이정후의 적시타로 홈을 밟아 천금같은 1점을 뽑아냈다.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한국의 유일한 장타 주인공이었다. 또한 김하성은 수비에서도 견고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처럼 서로 엇갈린 모습을 보여준 구자욱과 김하성은 각각 1993년 2월생, 1994년 10월생이다. 구자욱은 2012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고, 김하성은 이듬해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두 선수는 비록 포지션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적잖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비교적 어린 나이에 주전자리를 꿰차며 팀의 핵심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각각 이승엽과 강정호라는 슈퍼스타의 후계자로 지목을 받았다.

이들이 ‘건강한 라이벌’의 면모를 보여준 건 2015년이다. 일찌감치 군대에 다녀온 구자욱과 2014 시즌 가능성을 보인 김하성이 나란히 주전으로 도약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구자욱은 자신의 첫 1군 출전임에도 116경기에 나서 0.349의 타율과 143안타, 11홈런, 17도루 등의 기록을 남겼다. 덕분에 팀은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김하성 역시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0, 148안타, 19홈런, 22도루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타율은 구자욱에 비해 떨어졌지만, 경기출전수와 유격수라는 수비 위치 등을 고려하면 쉽게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두 선수였다.

결과적으로 당시 신인왕의 주인공은 구자욱이었다. 아무래도 팀 우승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

이후에도 두 선수는 KBO리그의 대표적인 젊은 야수로서 맹활약을 이어갔다. 구자욱은 2016년에도 0.343의 타율을 기록했고, 올 시즌엔 0.310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올 시즌엔 펀치력을 한층 강화시키며 21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김하성은 신인왕을 놓친 아쉬움을 지난해 20-20 클럽 가입으로 만회했고, 올 시즌에도 23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데뷔 이후 첫 3할 시즌을 기록했다.

이렇게 성장을 거듭해온 두 선수는 젊은 선수 위주로 꾸려진 이번 대표팀의 핵심기둥이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둘의 희비는 엇갈리고 말았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아직 젊고 젊다. 향후 10여 년간 한국 야구를 책임져야할 재목들이다. 이번 부진과 패배에 실망하기보단, 이를 자양분 삼아야 한다. 특히 2015년 그랬듯, 앞으로도 건강한 라이벌 관계를 지속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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