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FA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네 선수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80억, 88억, 98억. 이번 프로야구 FA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네 선수의 계약규모다. 강민호와 민병헌이 80억원에, 황재균과 손아섭이 각각 88억원과 98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 중 롯데 자이언츠는 손아섭, 민병헌과 계약하며 두 선수에게만 186억원을 썼다. 가장 먼저 잔류시킨 문규현까지 더하면 196억원에 이른다.

프로스포츠는 냉철하다. 철저한 자본주의 시장이다. 잘하는 선수는 연봉인상으로 보상받고, 못하는 선수는 연봉삭감과 방출이 불가피하다. 더 많은 돈을 받는 선수가 그만큼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머니파워’가 더 강한 팀일수록 더 좋은 선수를 더 많이 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FA거품 논란은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가 돼버렸다. ‘대어급’이 시장에 많이 나온 올해도 어김없다. 주전급 선수에게 80억원이 넘는 돈을 안기는 ‘쩐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물론 FA시장이 철저한 ‘시장 논리’에 의해 돌아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시장 가격이라는 것이 형성되기 마련이고, 여기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강민호가 두 번째 FA자격과 적잖은 나이에도 80억원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포수라는 포지션의 희귀성이 크게 작용했다. 프로야구의 높은 인기, 선수의 스타성, 구단의 자존심과 이미지 등도 보이지 않는 요소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부분도 있다. 과연 국내 프로야구가 정상적인 시장이냐는 점이다. 우선, 국내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9개 구단은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수백, 수십억원을 펑펑 쓸 수 있는 배경이다. 입장료, 중계권료, 마케팅 등을 통한 수익으로 선수단을 보강하는 것이 아니라, 모기업의 지원으로 선수를 영입하고 있다. 야구단만 놓고 보면 게임에서 ‘치트키’를 쓰듯 비정상적인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야구판의 규모가 작다는 점도 문제다. 리그의 규모도 작고, 선수들이 배출되는 학교야구 규모도 작다. 규모가 크면, 그만큼 다양한 공급과 수요가 발생할 수 있지만 현재 우리 프로야구는 그렇지 않다. 아주 작고, 폐쇄적인 시장이다 보니 정상적인 가격 형성이 안 된다.

이러한 점들은 FA시장에 양극화 현상을 가져오는 주요 요소다. 야구 전체를 놓고 보면 결코 건강하다고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올해도 FA대박이 뻥뻥 터진 반면, 허무하게 쫓겨난 선수들이나 팀을 찾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문제는 이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매년 반복되고, 더 심각해지고 있는데 별다른 대책이나 조치는 없다. 그 사이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만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선 적절한 통제도 반드시 필요하다. FIFA가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칙을 괜히 정한 것이 아니다. 우리 프로야구도 이제 변화에 발맞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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