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피즈데일 멤피스 감독이 해고됐다.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선수와 감독의 대립은 프로스포츠에선 흔한 일이다. 자신을 중심으로 팀이 운영되길 원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은 선수단 전체를 염두에 둬야하는 감독의 전략‧전술과 운용방침에 심심찮게 불만을 드러내곤 한다.

NBA의 경우 이 대결의 승자는 대부분 선수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지휘하며 다섯 번의 우승을 이끈 그렉 포포비치 감독 정도가 아니고서야 구단운영진들은 승리와 팬, 나아가 수익을 보장하는 스타 플레이어의 손을 들어주기 마련이다. 선수 한명 한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농구의 특성도 여기에 한 몫 한다.

한동안 잠잠했던 NBA의 감독 수난사가 다시 시작됐다. 멤피스 그리즐리스 구단은 27일(현지시각) 데이비드 피즈데일 감독을 해고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피즈데일 감독은 마이애미의 코치직을 거쳐 지난 2016/17 시즌부터 멤피스의 지휘봉을 잡았으며, 당시 멤피스는 토니 알렌과 잭 랜돌프라는 팀의 핵심 선수들을 잃었음에도 서부 7위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최근 멤피스가 8연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피즈데일 감독에 대한 비난여론은 많지 않았던 터라 갑작스런 해고 소식은 팬들에게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현지시각) 26일(현지시각) 열린 멤피스와 브루클린의 경기였다. 피즈데일 감독은 승부처였던 4쿼터에 주전 센터인 마크 가솔을 출전시키지 않았으며, 결국 멤피스는 98대 88로 패배했다.

경기 종료 후 마크 가솔은 감독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내가 코트를 밟지 못한다는 것은 내가 가치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나는 그(피즈데일 감독)가 그것이 나를 가장 상처 입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확신한다”며 실망감을 표출했다. 평소 언론과 많은 대화를 즐기는 편은 아닌 그로서는 드문 일이다. 한편 피즈데일 감독은 “내 목표는 이기는 것뿐이고, 그에 대한 나만의 결정과 이유가 있다”고 간략한 입장을 밝혔다. 이미 주전 포인트가드 마이크 콘리가 부상으로 이탈한 멤피스의 사기는 주축 선수와 감독의 불화로 한 층 더 저하됐다.

구단의 결정은 빨랐다. 사건이 터진지 하루 만에 피즈데일 감독을 해고했으며, 마크 가솔에 대한 모든 트레이드 요청도 거절했다.

선수와 대립한 감독이 해고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르브론 제임스와의 불화가 기사화됐던 데이비드 블랫 전 클리블랜드 감독은 ‘유로리그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인물이며, 두 시즌도 되지 않는 새크라멘토 감독 재임기간동안 드마커스 커즌스와 숱한 마찰을 빚었던 조지 칼이 코치로서 올린 승수는 1,175승에 달한다. 명장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이 감독들은 모두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들과의 파워 게임에서 밀려나면서 해고 통지서를 받아들어야 했다.

하물며 2008년부터 멤피스에서 뛰어온 프랜차이즈 스타인 마크 가솔과 이제 막 2년차에 접어든 신임 감독 중 하나를 택하라면 누구나 전자를 택할 수밖에 없다. 멤피스 구단으로선 팀의 에이스를 달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한 셈이다. 다만 해고 소식을 접한 마크 가솔이 자신은 관여한 바 없으며, 해고 소식에 “충격 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미루어 이번 조치는 약간 과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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