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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KAI’를 만나다①] 첨단 항공산업의 메카 ‘웅비(雄飛)’ 날갯짓
2017. 12. 05 by 정소현 기자 coda0314@sisaweek.com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천 본사 항공기개발센터 전경. < KAI 제공>

[시사위크|경남 사천=정소현 기자] 긴 ‘터널’을 지나왔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어둠이 덮쳤지만, 결국 터널의 끝을 벗어났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얘기다. 쓰나미처럼 몰아친 검찰 수사로 인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김조원 사장이 KAI에 탑승한 이후 조직은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고 있다. 지난 1일 찾은 KAI 경남 사천공장은 ‘제2의 비상’을 위한 채비에 구슬땀이 한창이었다.

◇ KAI 사천공장, 거대한 항공기 인큐베이터

‘2030년 매출 20조, 세계 5위 항공우주 체계종합업체.’

KAI 김조원호(號)가 내건 목표다. 10월말 취임한 김조원 사장은 지난 악재를 털고 “새로운 KAI(카이·한국항공우주산업)를 만들겠다”며 이 같은 목표를 밝혔다. 성과의 핵심은 경남 사천에 위치한 본사(공장)에 달렸다. 이곳이 항공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최첨단 기술의 메카여서다. KAI 사천공장의 항공기 제조공정은 세계적 수준이다. 보잉의 공격용 헬리콥터인 아파치 헬기의 전체 동체도 이곳 사천공장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다. 세계적 업체인 보잉이나 에어버스도 공정을 벤치마킹할 정도라고 한다.

본사에 도착하자 곳곳에 걸린 태극기와 ‘세계 정상급 항공우주산업체로 도약’이라는 비전 문구가 취재진을 반겼다. 비전은 임직원들의 새로운 각오와 다짐처럼 읽혔다.

경남 사천 KAI 공장에서 각 국에 수출되는 훈련기 조립이 진행되고 있다. 조립 공정작업은 대부분 ‘사람 손’을 통해 이뤄진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KAI 제공>

KAI 본사는 약 105만㎡(32만평) 부지에 조립동, 부품동, 항공기동, 통합개발센터 등을 갖췄다. 각각의 사업장에선 국방의 주축을 차지하는 전투·훈련기, 헬기, 무인항공기와 함께 인공위성 등에 대한 제작과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항공기동에 들어서자 어마어마하게 넓은 규모의 공장이 시선을 압도했다. 항공기동은 기체를 최종 완성하는 곳으로, 부품동에서 기계 및 판금가공을 마친 뒤 조립동에서 조립체를 제작한 후 이곳 항공기동에서 모듈형태로 각종 부품을 최종 조립한다고 한다. 항공기가 탄생하는, 그야말로 ‘거대한 항공기 인큐베이터’인 셈이다.

항공기 자체를 진열해놓고 작업을 해야 하는 만큼 공장의 규모는 클 수밖에 없다. 축구장 3배가 넘는 규모라고 한다. 기둥이 없이 널찍한 면적을 갖추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공장엔 항공기들이 일렬로 배열돼 있었다. 성능을 좌우할 수백가닥의 전선과 부품, 장비 등은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전문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항공기동은 축구장 3배가 넘는 규모다. 기둥이 없는 것이 특징으로, 이곳에선 엔지니어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항공기들이 일렬로 배열돼 있다. < KAI 제공>

이곳에선 지난달 육군 납품을 재개한 수리온 제작이 한창이었다. 수리온은 체계결빙 문제가 불거지면서 생산이 중단됐다가 지난달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가 납품 재개를 결정했다. 연말까지 총 10대 공급을 완료할 계획이다.

항공기동에서의 조립 공정작업은 대부분 ‘사람 손’을 통해 이뤄진다. 현장 관계자는 “비행기 한 대의 동체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용접이 아니라 수십만개의 리벳(나사의 역할을 하는 고정장치)이 사용된다”며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곳 작업자만도 350명에 달한다고 한다.

KAI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체인력 4,161명 중 2,139명이 개발·기술 부문에, 1,353명이 생산 부문에 배치돼 있다. 전체 인력 중 개발·생산인력이 85%를 넘는다.

항공기동은 기체를 최종 완성하는 곳으로, 부품동에서 기계 및 판금가공을 마친 뒤 조립동에서 조립체를 제작한 후 이곳 항공기동에서 모듈형태로 각종 부품을 최종 조립한다고 한다. 사진은 엔지니어들이 고등훈련기 T-50 조립을 하고 있는 모습. < KAI 제공>

실제 다른 제조업 현장과 달리 기계음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대신 한 대의 수리온에 여러 명의 엔지니어들이 붙어 복잡하게 꼬인 수십 가닥의 배선을 뽑아내 정상 작동 여부를 체크하는 등 일일이 항공기 부품을 조립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T-50 조립과 F-15의 주 날개 제작 작업도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FA-50 전투기는 총 22개, 수리온은 총 9개의 조립 스테이션을 거친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FA-50 전투기는 조립까지 7개월, 수리온은 4개월이 걸린다.

이후 방문한 제2센터장에는 성능 개량을 마친 최첨단 전투기가 위용을 드러냈다. 이곳은 항공정비(MRO) 사업장으로, 비행기 개조와 성능개량 작업이 이뤄진다. 내년 2월부터는 미 공군이 사용하는 F-16 전투기의 성능개량이 이뤄질 예정이다.

KAI는 현재 군수지원 사업 위주에서 벗어나 향후 민항기 정비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항공MRO(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 및 수리·정비)’ 단지 조성을 추진중이다. 이달 중순 항공 MRO 사업자로 선정되면 본사와 2사업장 사이에 위치한 용당지구 31만㎡(약 9만4,000평) 부지에 MRO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MRO 사업장은 KAI의 숙원사업이다.

해당 부지는 사천시와 진주시에 걸쳐있는 ‘항공산업 국가산업단지’와 인접해 있어, 향후 기체·엔진·보기 정비 사업을 위한 배후기지가 될 수 있다. 오는 2022년까지 경남도와 사천시, 국토교통부, 항공업체들이 1단계 3,296억원을 포함해 총 7,000억원을 투입한다. 경상남도와 사천시도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항공기동에선 지난달 육군 납품을 재개한 수리온 제작이 한창이었다. 수리온은 체계결빙 문제가 불거지면서 생산이 중단됐다가 지난달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가 납품 재개를 결정했다. 사진은 엔지니어들이 국산 헬기 ‘수리온’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 KAI 제공>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헬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항공산업의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체계종합개발 기업입니다. 특히 사천공장은 항공기 개발부터 설계, 생산, 운영, 후속지원 등 항공기사업 수행이 가능한 토탈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곳입니다.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곳이지요. 그만큼 자부심도 크고, 책임감도 큽니다. 더 많은 국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겁니다.”(KAI 관계자)

경남 사천을 방문했던 1일은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1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7.4도를 기록했고, 설악산은 영하 16.4도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사천의 공기는 따뜻했다. 그리고 KAI 사천공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로 후끈했다. 제2의 비상(飛上)을 준비하고 있는 KAI 사천공장엔 벌써 봄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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