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와의 경기에서 51득점을 폭발시킨 브래들리 빌.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영혼의 단짝’이라고 불리는 선수들이 있다. 90년대를 호령했던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스카티 피펜 듀오와 유타 재즈의 존 스탁턴‧칼 말론 콤비는 1더하기 1이 2를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바꿔 말하면 이 선수들의 진짜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선 이들이 코트 위에 홀로 서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남아있는 선수에겐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수도, 조력자가 떠나간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고 퇴락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워싱턴 위저즈의 존 월과 브래들리 빌은 동부지구에서 손꼽히는 백코트 듀오지만, 지금 워싱턴을 대표하는 얼굴은 브래들리 빌 한 명 뿐이다. 11월 23일(한국시각) 샬럿전을 마지막으로 월이 전열을 이탈했기 때문이다. 왼쪽 무릎에 염증이 난 존 월은 최소 2주간 결장이 불가피하다.

월이 없는 동안 다소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여주던 빌은 6일(한국시각) 포틀랜드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다소 집중력을 잃은 모습을 보였던 포틀랜드 선수들을 상대로 브래들리 빌은 자신의 커리어 하이인 51득점을 폭격했다. 이날 경기를 뛴 10명의 워싱턴 선수들은 총 42개의 슛을 성공시켰으며, 이 중 절반인 21개가 빌의 손끝에서 터졌다. 브래들리 빌로서는 월 없이도 공격을 주도할 능력이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클레이 탐슨은 ‘최고의 2옵션’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볼 소유가 극단적으로 적고 캐치 앤 슛을 선호하는 성향 덕택에 에이스를 보좌하는 역할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상대의 수비가 집중되는 1옵션 역할을 맡았을 때도 같은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부호가 붙어있었다.

지난 11월 28일(한국시각) 열렸던 골든 스테이트와 새크라멘토 킹스의 맞대결은 클레이 탐슨에겐 새로운 시험대였다. 골든 스테이트의 가장 강력한 창인 케빈 듀란트와 스테판 커리가 이날 모두 결장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관심은 클레이 탐슨이 1옵션으로서 팀을 이끌 수 있을지에 쏠렸다.

이날 클레이 탐슨은 3점 슛 5개를 성공시키며 21득점을 올렸다. 제 몫을 다한 셈이지만 그뿐이었다. 새크라멘토가 윌리 컬리스테인과 조지 힐을 앞세워 거칠게 밀어붙이는 동안 골든 스테이트는 별다른 저항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경기도 110대 106으로 졌다.

팀 내 비중이 가장 큰 두 선수가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불가항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클레이 탐슨으로선 듀란트와 커리 없이도 자신이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를 놓친 셈이다. 탐슨이 에이스 역할에 대한 욕심이 없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결과다. 2018/19시즌 이후 계약이 종료되는 탐슨은 “1옵션 배역에 관심이 있다”며 아직까지 이적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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