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절감했던 건 평양과 지방 사이의 엄청난 격차다. 사회주의 건설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평양의 대형 건축물과 과도하게 넓은 도로 등에 비해 지방은 도 소재지나 제법 규모 있는 지역도 변변한 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적지 않다.평양 내에서도 중심인 중구역이나 몇몇 거점 개발지역 외에는 시골이나 다름없다.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만 외곽으로 나가면 만경대구역 등에 펼쳐지는 빈한한 북한 경제의 실상과 만날 수 있다. 평양은 체제선전을 위한 ’쇼윈도 도시‘란 느낌을 갖게 한다. 살림살이도 크게 차이가 나는 모습을 보
정해진 시간 내에 꼭 끝내야 할 일도 없는데 괜히 마음이 바쁜 날이 있네. 그런 날이면 무엇에 쫓기는 사람처럼 허둥대다가 아무 것도 못 하고 하루를 보내고 말지. 이제 시간 여유를 갖고 지난 삶을 조용히 뒤돌아볼 나이인데도 왜 마음은 여전히 급하기만 하는지… 이럴 때 일부러 찾아 읽는 시가 정일근 시인의 이네. 치타슬로(Cittaslow)는 이탈리아어로 ‘느리게 사는 도시’라는 뜻이야.“달팽이와 함께 느릿느릿 사는 사람의 마을에/ 개별꽃 곁에 키 작은 서점을 내고 싶다/ 낡은 시집 몇 권이 전부인 백양나무 책장에서/ 당나
연금 개혁 논의가 드디어 시동을 걸 모양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25일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특위는 연금재정 안정화 및 4대 공적 연금 등 개혁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 중 가장 큰 관심은 국민연금 개혁이다. 현재 정부 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이 2057년에 고갈된다. 저출산·고령화로 기금 고갈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한 것은 분명하다. 수급개시연령 조정, 보험료율 인상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재정안정화에 있어 중요한 과제가 있다
지난 15일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앱 카카오톡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이때 카카오T와 같은 연계 서비스마저 접속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문제는 이 과정에서 보인 정부와 국회의 태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하자 안전안내 메시지를 통해 “카카오T‧카카오맵 등 생활밀접 서비스 다수 이용 가능, 메일‧톡서랍 복구 중”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국민들에게 전송했다.한술 더 떠 지난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 소속 일부 의원들은 정부가 긴급 재난문자메
“자본주의 풍조의 침습을 막지 못하면 물먹은 담벼락처럼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이 사회주의 체제의 고수를 주장하면서 연일 이렇게 외치고 있다. 요즘 세상에 담벼락에 물이 닿는다고 무너진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할 수 있지만 북한 체제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고려하면 무리도 아니다. 그만큼 북한 체제가 외부 문화에 취약하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주민들이 드라마·가요를 비롯한 한류 문화에 맛들일까 노심초사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당국에게는 비보로 들릴 일이 터졌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 북
글로벌 호텔 체인 아코르 측이 지난 29일부터 한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프라이빗 세일’을 진행하고 나섰다. 프라이빗 세일은 아코르에서 아코르 라이브 리미트리스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할인 행사다. 올해는 일반 회원을 대상으로 투숙 요금 25% 할인, 아코르 플러스 멤버십 가입 고객에게는 추가 10% 할인을 적용해 최대 35%의 할인을 제공한다.그런데 프라이빗 세일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29일 오전 8∼9시쯤부터 일부 아코르 계열 호텔은 객실 투숙료를 인상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프라이빗 세일이 시작되기
시사주간지 은 매년 추석 전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국사회 신뢰도 조사’를 하고 있네. 올해도 8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국가기관과 언론 등 여러 분야의 신뢰도를 조사하여 추석 합병호에 발표했더군. 그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는 역대 대통령 신뢰도 중 이 잡지가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가장 낮았네. 10점 만점에 3.62점(0~4점 불신, 5점 보통, 6~10점 신뢰)으로 이전까지 가장 낮았던 2016년 8월 말의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신뢰도 점수
이번 추석에는 여느 해보다 크고 둥근 보름달이 떴던데 잘 보았는지? 늙으면 명절도 시들해지는가 보네. 어렸을 때는 명절이 마냥 좋았는데 요즘은 설날과 추석에도 별로 흥이 나지 않아. 가슴 떨리는 설렘도 없고. 그래서 올해 추석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그냥 담담하게 지냈네. 명절이면 일가친척들 다 모여 북적거리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몰라도 자식들만 조용히 다녀간 명절이 너무 한한(閑閑)하기는 했어. 그래도 김완하 시인의 을 읽고 또 읽으며 지금은 잃어버린 옛 고향 풍경과 어렸을 때 만났던 별들을 회상하는 시간을 충
“영화 ‘헌트’ 대박에 이정재 광고 상품들까지 떴다.”지난달 25일, 하림의 홍보대행사가 배포한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이정재 배우의 첫 감독 연출작인 영화 ‘헌트’가 지난달 10일 개봉 이후 1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고, 328만여명(당시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면서 그를 모델로 내세운 제품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 같은 보도자료에서 기자의 눈길을 잡아끈 것은 첫 번째 사례로 제시된 하림 ‘더미식’ 브랜드 관련 내용이다. 이정재 배우를 전속 모델로 내세운 하림
북한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관영 언론이나 대남 선동매체가 아닌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발언을 통해 한국 정부에 대한 비방과 위협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김정은 위원장의 대남 위협은 지난 7월 27일 이른바 ’전승절‘ 69주년 행사 연설을 통해 나왔다. 북한은 6.25 전쟁을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주장하면서, 전승절로 기념하고 있다. 참전 노병과 청년·학생 등이 참가한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노골적인 핵 위협까지 꺼냈다.김정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핵 보유국의 턱밑에서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꽤 쌀쌀한 걸 보면 가을이 머지않은 것 같네. 새벽에 동네 공원에서 운동하는 노인들 복장이 지난 며칠 사이에 눈에 띄게 달라졌어. 짧은 옷차림은 보기 힘들고 긴팔셔츠와 긴바지를 입고 걷는 사람들이 대다수야. 공원 숲속에서 매미들의 힘찬 노랫소리에 맞춰 걷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귀뚜라미와 여치 같은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더군. 세월 참 빠르지? 시간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초가을에 산과 들에서 흔히 보는 꽃들은 대부분 국화과 식물이네. 들국화라고 부르는 식물들이
항간에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입은 하나, 귀는 두 개인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이상 하라는 의미’라는 인식 역시 대중에게 널리 퍼져있다. 또 우리는 ‘경청’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초등학교 때부터 경청하는 태도를 배운다. 기자는 ‘귀가 왜 두 개인가’, ‘경청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등의 이야기는 듣기 보다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호 간의 제대로 된 대화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던지는, 발화(發話)만 일어나고
오는 17일에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성적표가 나왔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한국갤럽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25%이고,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6%였어.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한 명만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야. 3명 중 2명은 부정적이고.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 무렵 직무 수행 긍정률은 제13대 노태우 57%, 제14대 김영삼 83%, 제15대 김대중 6
‘침묵은 금이다.’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격언은 너무나도 유명해져 인용하기에 식상한 문구가 됐다. 이 말은 영국의 비평가인 토머스 칼라일이 했다고 하는데, 그가 한 말의 절반만 유명해진 상태다. 사실 칼라일은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라고 말했고, 이 명언은 성서에서 유래한 기독교 격언을 각색한 것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도어스테핑에서 활발한 질답을 주고받았
북한이 청년세대의 체제 이탈을 막기 위한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이른바 ‘장마당 세대’로도 불리는 이들 세대가 철저한 통제 속에 일사불란한 충성을 요구하는 김정은식 통치에 반감을 갖거나 체제이반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관영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북한은 지난 27일 이른바 ‘전승절’을 계기로 청년·학생 세대를 겨냥한 사상단속과 선전·선동성 캠페인에 주력했다. 6·25전쟁 휴전협정 체결 69주년인 이날을 신세대의 사상 이완을 다잡는데 활용한 것이다.노동신문은 전승절 당일 사설에서 ”청년들은 전승세대
매일 새벽 여명(黎明)이 밝아오는 시각에 일어나 만 보를 걷기 시작한 지 벌써 10개월이 되었네. 생전 규칙적인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고희(古稀)를 2년 앞두고 나와의 괴로운 싸움을 시작한 건 몸무게가 계속 늘고 혈압이 올라가서야. 이러다가 쓰러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겁이 덜컥 나더군. 그래서 술과 담배를 끊던 때처럼 독한 마음먹고 하루에 만 보 이상 걷기 시작했던 거야. 그것도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가 그 시간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따라 건강이 달라진다고 말했던 그 아침
“In an isolated system, entropy can only increase(고립계에서 ‘엔트로피(Entropy)’는 항상 증가한다).” 열역학 제2법칙물리학에서 어떤 물체의 열적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인 엔트로피는 일반적으로 ‘무질서도(無秩序度)’를 뜻하는 단어다. 따라서 열역학 제2법칙은 자연 시스템 안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원자를 포함한)들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쪽으로, 즉, 질서가 없는 무작위 상태로 변하려고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쉽게 말하면 엔트로피는 ‘자연 물질이 변형돼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라
한양대 국문과 교수인 정민의 저서 『조심』을 읽다가 사자성어 치모랍언(梔貌蠟言)을 알게 되었네. 그럴듯하게 꾸며 세상을 속이는 일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지. 중국 당나라의 문관이며 시인이었던 유종원의 「편고」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고 하는군. 편고(鞭賈)는 채찍을 파는 사람이라는 뜻이야. 먼저 그 이야기부터 들어보세.허세 부리기를 좋아하는 한 부자가 시장에서 50전이면 살 수 있는 말채찍을 5만 전에 샀다네. 겉만 번지르르한 채찍을 보고 장사꾼의 감언이설에 속은 거지. 친구가 속은 거라고 말해도 믿지 않던 그 부자는 어느 날
정부가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또 한 번 확대해 최고 수준인 37%까지 적용한다. 기름값 고공행진에 서민 부담이 늘어나 시행하는 조치인데, 국민들이 바로 체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7월부터 연말까지 법이 허용한 최대한도인 37%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해 석유류 판매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유류세 30% 인하 조치를 시행해왔다. 이번 유류세 인하 폭 확대로 지난달 대비 휘발유는 리터(ℓ)당 57원(247원→304원), 경유는 38원(174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올 여름은 무척 무덥고 긴 시간이 될 듯하다. 안팎으로 체제에 위해가 되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는데다, 해법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다. 우선, 한반도와 주변 정세가 북한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불쾌지수를 가장 올려버린 건 윤석열 정부의 대북 관련 행보다. 미국과 일본은 전통적으로 핵 문제를 비롯한 대북대응에 채찍을 휘두르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윤석열 정부의 출범이란 사태가 벌어지면서 판이 커져버렸다.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