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자네에게 편지 형식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지도 벌써 4년째야. 이순이 되던 갑오년 설 무렵에 시작해서 을미년, 병신년, 그리고 올해 정유년의 설까지 쇠었으니 네 살을 더 먹은 거네. 프랑스의 철학자인 자네(Paul Janet)라는 사람이 말했다지. ‘50세인 사람에게 1년은 10살 아이 1년의 5분의 1의 무게’라고. 맞는 말인 것 같네. 이순을 넘긴 후로는 세월의 무게가 어릴 적에 비해 너무 가볍게 느껴지거든. 하루하루가 왜 이리 쉬이 사라지는지.하루가 24시간인 것은 10살 때나 60살 때나 똑같은데 왜 나이가 들수록
[시사위크] 누가 일곱 개의 성문이 있는 테베를 세웠는가?/ 책에서 그대는 왕들의 이름을 발견했다네./ 왕들이 바위 덩어리를 끌어 날랐는가?/ 그리고 몇 번이고 파괴된 바빌론,/ 누가 바빌론을 몇 번이고 일으켜 세웠는가?/ ...... 청년 알렉산더는 인도를 정복했다네./ 그는 혼자였는가?/ 시저는 갈리아 사람들을 무찔렀다네./ 그의 옆에는 요리사가 없었는가?/ ...... 쪽을 넘길 때마다 등장하는 승리./ 누가 승리자들의 연회를 위해 요리를 만들었는가?/ 10년마다 등장하는 위인./ 누가 그들을 위해 대가를 치렀는가?// 너무나
[시사위크] 지난 10월 중순부터 시작된 전국 촛불집회 참가자 수가 12월 마지막 토요일에 1,000만 명을 돌파했네. ‘이게 나라냐’고 분노하고 한탄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우리 국민들이 참 대단하고 자랑스럽다는 생각일세. 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광장과 거리에 나왔음에도 매우 평화적인 방법으로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자를 탄핵시킨 ‘촛불혁명’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전례가 없었던 일로 세계사의 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믿네. 오늘은 정유년 붉은 닭띠 해를 맞이해서 ‘절반의 성공’을 달성한 ‘
지난 9일에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네. 2018년 2월 24일까지 임기 만료 14개월을 앞두고 국회는 찬성 234표 반대 56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어. 이로써 지난 50 여 일 동안 전국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탄핵’과 ‘퇴진’을 외쳤던 국민들이 이긴 거지. 그날 저녁 대통령 직무는 중지 되었고, 대한민국은 다시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긴 여정에 나섰네.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투표자의 51.6% 지지를 얻어 첫 부녀대통령, 첫 여성대통령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왜 국민들에게 쫓
[시사위크] 우리가 사랑하면/ 같은 길을 가는 거라고 믿었지/ 한 차에 타고 나란히/ 같은 전경을 바라보는 거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봐/ 너는 네 길을 따라 흐르고/ 나는 내 길을 따라 흐른다/ 우연히 한 교차로에서 멈춰 서면// 서로 차창을 내리고/ -안녕, 오랜만이네/ 보고 싶었어/ 라고 말하는 것도 사랑인가 봐// 사랑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계속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끈도 아니고// 이걸 알게 되기까지/ 왜 그리 오래 결렸을까/ 오래 고통스러웠지// 아, 신호가 바뀌었군/ 다음 만날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나희덕 시인의 라는 시야. 난 저 시를 읽을 때마다 2년 전,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었던 ‘그분’의 차가운 얼굴에서 줄줄 흘러내리던 눈물을 떠올리고 있네. 자네도 생각나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시사위크] “발을 잊는 것은 신발이 꼭 맞기 때문이고, 허리를 잊는 것은 허리띠가 꼭 맞기 때문이고, 마음이 시비를 잊는 것은 마음이 꼭 맞기 때문이다.”장자 '달생편(達生編)'에 나오는 말이야. 구두나 운동화가 발에 딱 맞으면 신발을 신고 있다는 걸 잊고, 허리띠가 허리에 잘 맞으면 허리띠를 매고 있다는 걸 잊고, 누구든 서로 마음이 잘 통하면 옳고 그름을 놓고 논쟁할 생각이 없어진다는 뜻일세. 하지만 그 대상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있어도 없는 것처럼 잊고 지내는 경지에 이르는 게 쉬운 건 아니지. 요즘 젊은이들이 연애하는 걸
[시사위크] 며칠 전 국무총리란 분이 미군의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할 경상북도 성주를 방문했다가 ‘결사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에게 물병과 날달걀 세례를 받았다는 뉴스를 들었네. 그때 생각난 시가 유안진 시인의 일세. “밤중에 일어나 멍하니 앉아 있다// 남이 나를 헤아리면 비판이 되지만/ 내가 나를 헤아리면 성찰이 되지// 남이 터트려 주면 프라이감이 되지만/ 나 스스로 터트리면 병아리가 되지// 환골탈태(換骨奪胎)란 그런 거겠지.” 원래 환골탈태(換骨奪胎)란 앞서 살다 간 선배 시인의 시구
[시사위크] 며칠 전 정장 차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나들이가 있었네. 검은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전철 타고 가는데 얼마나 더운지 다 벗어 던져버리고 싶더군. 여름에 경조사에 갈 때면 의복 때문에 힘들어하는 남자들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 같네만… 난 그런 날이면 황인숙 시인의 를 읊조리면서 더위를 이겨내려고 애쓰네.아아 남자들은 모르리/ 벌판을 뒤흔드는/ 저 바람 속에 뛰어들면/ 가슴 위까지 치솟아오르네/ 스커트 자락의 상쾌! 다섯 행으로 이루어진 짧지만 맑고 발랄하고 통쾌한 시일세. 요즘처럼 무더운
[시사위크] 먼저 최근에 한국과 미국에서 일어난 두 사건을 보고 이야기하세. 둘 다 이전에는 흔하지 않았던 잔인한 범죄들이네.2016년 5월 17일 새벽 0시 33분경, 강남역 근처에 있는 주점에서 일하는 34세의 김 씨는 직장에서 가까운 노래방의 화장실에 들어가서 30분 이상 범행 대상을 기다린다. 남성 6명은 그냥 보내고, 새벽 1시 7분경에 들어온 23세 여성을 주방용 식칼로 좌측 흉부를 찔러 살해한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 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
[시사위크]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날드 트럼프가 많은 전문가와 언론의 초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력으로 대의원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었네. 지난 24일 워싱턴주 경선에서 승리한 후, 그를 지지하는 슈퍼 대의원 수가 95명으로 늘어나면서 공화당 대선 후보 공식 지명에 필요한 ‘매직 넘버’ 1237명을 넘어섰다는군. 물론 아직도 당내에는 2012년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처럼 트럼프를 인정하지 않는 유력 인사들도 많지만, 이제 트럼프에게는 오는 7월 18일부터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공식대선후보로
[시사위크] 나는 자꾸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묵은 전화번호부를 뒤적거려봐도/ 진보단체 사이트를 이리저리 뒤져봐도/ 나는 왠지 무언가 크게 잃어버린 느낌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공단 거리를 걸어봐도/ 촛불을 켜봐도, 전경들 방패 앞에 다시 서봐도/ 며칠째 배탈 설사인 아이의 뜨거운 머리를 만져봐도/ 밤새 토론을 하고 논쟁을 해봐도/ 나는 왜 자꾸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까//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 분명히 내가 잃어버린 게 한 가지 있는 듯한데/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오는 4월 13일이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인지는 알고 있지? 출근할 때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 입구에서 지지자들이 정당과 후보자의 이름을 외치면서 한 표를 호소하는 모습들을 보면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네. 하지만 난 솔직히 이번 선거에 별로 흥이 나지 않네. 왜냐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청년실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주요 정당들의 선거 공약에서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세. 그나마 일반 유권자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원외 진보정당들인 녹색당과 노동당의
[시사위크] 내가 작년 가을부터 ‘낯선 공간 낯선 대면’이라는 주제로 사진을 찍었던 곳이 어디인지 아는가? 서울 가리봉동일세. 10여 년 전 소설가 공선옥이 “왜 부자들은 압구정동으로 모여들고 왜 가난한 사람들은 가리봉동으로 모여들까. 왜 시인 유하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으로 가야 한다고 하고, 왜 소설가 양귀자씨는 바람 부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고 할까”라고 말하면서 찾았던 곳이기도 하지. 지금도 옛날 구로공단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고된 몸을 이끌고 들어와 잠을 자던 ‘벌집’들이 많이 남아있는 곳일세. 물론 지금 거기
[시사위크] 난 마음이 심란할 때면 동양고전을 읽지. 오늘은 노자의《도덕경》제 77장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정치의 복지에 관해 생각했네. 《도덕경》은 2500여 년 전에 쓰인 책이라 현실적용성이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노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중요해. 노자는 이 장에서 공평하고 균형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말하고 있네. “하늘의 도는 활을 당기는 것과 같습니다./ 높은 쪽은 누르고/ 낮은 쪽은 올립니다./ 남으면 덜어주고/ 모자라면 보태 줍니다. (天之道, 其猶張弓與, 高子抑止, 下者擧
[시사위크] 나이가 들면 그리운 것들이 많아지나 봐. 버려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떠나보내기 어려운 것들도 많고. 우리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도 그런 아쉬움과 그리움의 대상 중 하나인 것 같네. 지금은 어렸을 때 보았던 마을의 모습이 대부분 사라져버렸지만, 삶이 고달프거나 외로울 때 가고 싶은 곳이 고향땅이거든. 설이 다가오니 다시 고향 생각이 간절하네.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잊히지 않는 게 어렸을 때 살았던 고향의 모습이네. 정지용의 시 에 나오는 것처럼,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
[시사위크] 이순의 나이를 넘기니 내가 책이나 글을 통해서 좋아했던 분들의 부음을 자주 듣게 되는구먼. 어제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처음처럼』,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담론』등의 책을 통해 나에게 많은 가르침과 깨우침을 주셨던 신영복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들었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2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했던 신영복 교수는 출옥 후에 많은 글을 통해 사람과 함께 하는 세상을 꿈꿨던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이었네. 그래서 많은 사
[시사위크] 2016년 새해 아침이네. 올해는 병신년(丙申年)으로 붉은 원숭이 해야. 원숭이는 십이지 동물들 중 아홉 번째로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류이지.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원숭이를 재주, 장수, 지혜의 상징으로 여겼다고도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자성어에는 원숭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네. 잔꾀로 남을 속여 벗어난다거나 형식만 다를 뿐 내용은 동일한 상황에서 일희일비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조그마한 재주를 믿고 까불다가 집중 사격을 받고 즉사한 원숭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일저벌교(
[시사위크] 늦은 밤 불쑥 울린 짧은 문자/ 보고 싶구나/ 오십 줄로 들어선 오래된 친구/ 가슴이 철렁 한참을 들여다본다/ 가만 가만 글자들을 따라 읽는다/ 글자마다 지독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한 시절 뜨거웠던 시간이 깨어났을까/ 생기에 찬 젊은 내가 아른거렸을까/ 빈 여백에 고단함이 배었다/ 너무 외로워서 119에 수백 번 허위신고 했다던/ 칠순 노인의 뉴스가 스쳐가며/ 나도 벽을 빽빽한 책들을 어루만지거나 마른 장미꽃에게/ 술 한 잔 건네며 중얼거리는 날이 늘어가니/ 사지육신 멀쩡해도 더는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늙는다는 것 늙
[시사위크] 얼마 전 테러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프랑스 파리에서 지금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리고 있네. 2020년 이후 지구상 모든 국가에 적용될 '신 기후변화 체제(New Climate Regime)'를 마련하기 위해 전 세계 150개국 정상들과 UN 사무총장, 196개 ‘당사국’ 관료들, 전 세계에서 온 환경 관련 전문가 등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하는구먼.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걸 보면 자네도 지구의 기후변화가 매우 심각한 이슈라는 걸 알 수 있겠지? 인간 활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