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CC의 망중립성 폐기 결정으로 ICT산업 전반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미국의 영향력이 큰 탓에 국내에서도 ICT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기로 결정하자 국내 ICT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CT산업 전반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망중립성 유지 기조로 당장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이나 추후 간접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통신사는 ‘찬성’을 외치고, 인터넷 사업자는 ‘반대’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소비자 입장에서의 셈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망중립성 폐기… 통신사 ‘찬성’ 인터넷 사업자 ‘반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14일 망중립성(Net Neutrality) 정책을 폐기한다. 망중립성 폐기에 대한 최종 표결에서 FCC 위원 5명 중 3명이 찬성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망중립성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 법제화한 제도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정부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라고 했다.

망중립성은 통신사업자가 모든 인터넷 사업자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소비자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접할 수 있도록 사업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망중립성이 폐기되면서 글로벌 ICT산업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결정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망중립성 폐기에 대한 찬반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인 만큼 손익계산에 따른 대립은 더 심화되고 있다.

먼저 통신사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망중립성 폐기로 그들의 권한이 현재보다 더 강력해지고, 망 구축 비용 부담을 인터넷 사업자와 나눌 수 있게 된다. 통신사의 권한으로 특정 콘텐츠의 속도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고 심지어 차단도 가능하다.

결국 인터넷 사업자는 통신사를 상대로 ‘을’이 되는 셈이다. 인터넷 기업이 거센 반발을 하는 까닭이다. 트래픽을 과도하게 유발시키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동영상 플랫폼과 게임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 소비자 입장에서는? ‘찬성’… 혜택 생길 수 있기 때문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생긴다. ‘제로레이팅’ 등을 통해 통신비 인하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망중립성 원칙이 사라지면 통신사는 제로레이팅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특정 콘텐츠에 대한 차별은 금지해야 한다는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다.

제로레이팅은 특정 콘텐츠에 대해 사용자가 지불해야 할 사용료를 면제하거나 할인해주는 제도다. 특정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의 제휴를 통해 진행되며, 사용자가 해당 콘텐츠를 사용할 때 데이터 비용은 무료가 된다. 콘텐츠 사업자는 경쟁사 대비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통신사는 소비자에게 받아야할 비용을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받게 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의 윈윈전략으로 소비자의 혜택이 생기는 셈이다.

통신 사업자 SK텔레콤과 콘텐츠 제공자 나이언틱(포켓몬고 제작사)의 제휴가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올 3월부터 자사 고객의 혜택으로 ‘포켓몬고’ 이용에 사용되는 데이터 비용을 전액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고객은 게임 소비량에 상관없이 데이터를 절약할 수 있게 된 셈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해당 제휴를 통해 지난 10월까지 자사 고객에게 총 215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했다. 33억원 수준의 고객 통신비를 절감한 것이다. SK텔레콤과 나이언틱의 제휴는 제로레이팅의 성공적인 예로 꼽힌다.

미국의 망중립성 폐기로 산업 전반에서 제로레이팅이 활성화된다면 고객이 절감할 수 있는 통신비는 더 증가할 수 있다. 통신사와 게임사, 통신사와 동영상 플랫폼, 통신사와 음악 스트리밍 업체 등 다양한 제휴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통신사가 ‘슈퍼갑’이 될 수 있어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통신사 패권 강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B2B(기업간거래) 측면에서 자회사와 일반 인터넷 기업을 차별하는 등 부정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소비자의 혜택은 미미하고 통신사가 시장을 지배하는 강력한 권한을 가지게 되는 상황도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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