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새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했다. 극단적 발언과 과감한 행동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문 속에서 어떤 외교·안보정책을 담아냈는지 관심이 집중됐다.

◇ 전임자 지우기와 미국 우선주의

이번 국가안보전략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선거 전략을 그대로 차용했다. 이민자 문제와 이란·북한과의 핵 협상, 무역이권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의 권익이 보호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과거 정부들의 과오라는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많은 시간 동안 워싱턴의 정치가들은 미국 시민들을 실망시켜왔다”는 말로 전임자들을 비판했으며, 같은 논리로 본인의 당선은 ‘새로운 방향을 원하는 미국의 뜻’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자신들이 존중해야 할 목소리와 보호해야 할 이익을 잊어버린 너무 많은 리더들’의 대표는 물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현재 건강보험 프로그램과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을 폐지하려 시도하는 등 ‘오바마 지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표에서도 자신의 색깔을 강조하는데 주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로 언급했던 기후변화 문제는 발표에서 제외됐으며, 대신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주도권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미국 우선주의 이데올로기는 경제 문제에서도 드러났다. 올해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미국의 최고 무기 중 하나”라고 표현됐으며, ‘경제력에 의한 안보’라는 이름 아래 기술과 혁신도 강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의 위대한 재도약과 애국심·번영·자존감의 재탄생을 필요로 한다”며 자국민의 분발을 요구했다.

◇ ‘라이벌 국가’로 뽑힌 중국·러시아

‘트럼프 독트린’의 세계관은 명확했다. 새 국가안보전략은 “강력한 힘의 대결이 시대가 돌아왔다”고 명시했다. 이 구도에서 미국의 대척점에 위치한 것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다.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영향력과 가치, 부에 도전하려는 세력”이라고 부른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이 세계를 미국의 이익에 반대되는 모습으로 규정하려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의 경우 비민주적 정치구조와 중앙아시아·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나선 사례들이 비판의 대상이 됐으며, 중국은 지식재산권 분쟁과 남중국해 등 영토·군사 분쟁이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모습으로 지적됐다.

다만 양국에 대한 비난 수위는 높지 않았다. 사이버테러와 국영언론에 의한 가짜뉴스 생성 문제로 러시아를 몇 차례 비판했을 뿐 중국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CNN은 “일반적으로 국가안보전략에 담기는 내용들보다는 상당히 부드러운 접근법”이라고 평가했으며,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를 ‘친구이자 적’으로 보고 있다”고 정리했다. 물론 이는 미국 언론들의 시선이었으며, 중국 정부는 ‘경쟁자’ 지위에 반발하고 나선 상태다.

◇ 영자문화권은 “예상보다 무난”… 실현 가능성은 ‘반신반의’

영‧미의 외신 다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 대해 ‘평이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표현과 내용 모두 대체로 납득할 만한 수준 안에서 구성됐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충격적일 정도로 무난하다”고 표현하며 다소 안도한 기색을 내비쳤다.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돌입하는 등 국제경제 구도를 다시 짜고, 예루살렘의 수도 인정 문제를 두고 이스라엘·아랍권의 갈등도 고조된 현 상황에서 전통적인 외교정책을 따랐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멕시코 장벽을 위시한 고립주의의 향기가 옅어진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록 감세로 빠듯해진 국가 예산 안에서 정책과제들을 추진해나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전략안에서 보여준 ‘보편적 신뢰’를 유지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BBC 또한 “국제정세가 어려운 가운데 실용적 관점을 담았다”며 중립적인 평가를 내렸다. “노동력의 부족과 생산성의 하락, 더는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담보할 수 없는 현 상황을 ‘미국 우선주의’로 돌파하러 나섰다”는 분석이다. BBC는 다자무역주의와 비핵화로 대표되는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전략과 경제력·압박외교를 무기로 삼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행정부를 비교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미국경제를 정말 부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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