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다시 한번 승부사 기질을 드러냈다. 초대형 투자은행의 핵심인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로 브레이크가 걸린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의 유상증자를 전격 결정한 것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미래에셋대우는 단박에 자기자본 8조원대 증권사로 도약하게 된다. 그러나 초대형 IB 사업 전략 추진에는 여전히 암초가 가득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자기자본 8조원대 증권사로 우뚝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 규모 1위 증권사다. 올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7조3,324억원 규모에 달한다. 2위사인 NH투자증권(4조7,930억원)과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압도적인 자본 규모에도 초대형 IB 시장 선점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자기자본 4조원 규모 초대형 IB에 허용되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선점 기회를 한국투자증권에 내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5곳의 대형 증권사(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를 초대형IB로 지정하면서 발행어음 사업 인가는 한국투자증권 한 곳만 승인했다. 나머지 신청자는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가 보류됐다. 나머지 증권사는 인가 심사가 보류됐는데,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발목이 잡혔다.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을 몰아줬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48.63%)과 부인 김미경 씨(10.24%) 등 박 회장 일가가 대부분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 자기자본 요건 갖춰도 IMA 사업 추진은 안갯속

이런 가운데 최근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유상증자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5일 우선주 1억3084만주를 발행하는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8조원을 넘기게 된다. 이번 유상증자 배경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측은 “글로벌 IB 전략을 추진하면서 기업 M&A와 해외 사업 확장으로 대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결정이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조기 추진을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기자본이 8조원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IMA 업무가 가능해진다. IMA는 증권사가 개인 고객에게 예탁받은 자금을 통합 운용해 수익을 지급하는 계좌다.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만 발행이 가능한 발행어음과 달리 IMA는 발행 한도 제한도 없어 공격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또 별도 인가도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건너뛰고 IMA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국이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평가된다.

금융당국은 발행어음 사업 인가도 마무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IMA 사업을 추진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미래에셋대우 측도 이번 유상증자 결정이 IMA 사업 추진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선을 긋고 있다.

이에 공정위의 조사 불확실성이 마무리기 전까지는 초대형 IB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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