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건설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단연 ‘비정규직’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언하면서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건설업 특성상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민은 더욱 깊다.

‘한양수자인’이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중견건설사 (주)한양도 마찬가지다. 

(주)한양의 비정규직 비율은 36.1%를 기록하고 있다. 한양이 포함돼 있는 시공능력평가 20위권(21위~30위) 내에서 가장 높다. 건설업계 평균을 웃돈다. 시평 21위인 두산건설의 경우 3분기 현재 31.9%의 비정규직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22위인 쌍용건설은 13.34% 수준이다. 심지어 시평 28위인 아이에스동서는 1.2%로 나타났다. 시평 25위인 한양은 36.1%다.

한양은 “특별하게 높은 건 아니”라는 해명이다. 국내 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만큼 비정규직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건설현장이 있다가 없어지고, 현장 채용도 있고, 프로젝트별로 상황이 다르다 보니 다른 업군과 (비정규직 비율에 있어) 차이가 있다. 해외현장이 많은 건설사는 비정규직 비율이 낮다. 특히 삼성물산(16%) 같은 경우 주택 보다 해외현장이 많다. 최근 2~3년간 주택사업 수주를 안했기 때문에 비정규직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한양은 타 업군에 비해 현장이 많기 때문에 평균보다 1~2% 높은 것이다. 10위권, 20위권으로 잘라서 비교하기보다 15위~30위 기업들과 비교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한양)는 매년 비정규직 근로자 10~20명씩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양 측 설명처럼 건설업계에선 “수주산업이다 보니 그때그때 필요한 인력을 채용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비정규직 비율이 타 업종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한양의 해명은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한양처럼 오롯이 국내 사업에 의존하는 신세계건설(시평 23위)은 비정규직 비율이 29.69%로 한양보다 낮다.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매출이 국내 공사에서 나오는 KCC건설도 비정규직 비율은 19.03% 수준이다.

특히 “매년 비정규직 근로자 10~20명씩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한양의 해명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규직 직원이 대거 퇴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계산하면, 전체 정규직 직원수는 늘어야 셈이 맞다. 하지만 최근 3년간 한양의 정규직 비중은 오히려 감소추세다. 2014년 전체직원 923명 중 정규직 직원은 585명(63.4%)이었다. 2015년에는 894명 중 579명(64.77%), 2016년 871명 중 530명(60.85%)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양이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정규직 직원 중 일부를 계약직 직원으로 전환해 논란이 된 사건은 그래서 주목할 만 하다. 당시 전국건설기업노조는 한양이 ‘저성과자(D등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각종 불이익을 주면서 퇴사를 유도했고, 이 과정에서 대기발령을 견디다 못해 퇴사한 직원들을 다시 현장 1년 계약직(비정규직)으로 재 채용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노조는 한양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단순한 인력감축(구조조정)이 아닌 정규직을 비정규직화 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기치로 내걸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업계 평균 수준”이라는 한양의 해명이 언제까지 통할 지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