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고속이 23년째 재직 중인 오너일가 친인척 감사의 재선임을 추진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창업주의 대규모 차명주식 보유, 실적과 무관한 초고배당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천일고속이 이번엔 23년간 재직한 ‘친인척’ 감사의 재선임 추진에 나섰다.

천일고속은 오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갖고, 감사보고 및 감사선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현재 재직 중인 2명의 감사 모두 재선임이 추진된다.

◇ 23년 근무한 감사, 오너일가 ‘친인척’

하지만 두 감사 모두 감사의 핵심 자격요건이라 할 수 있는 독립성에 심각한 의문부호가 붙는다.

황종식 감사의 경우 사업보고서나 분기보고서 상에 재직기간이 기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사위크> 확인 결과, 그는 1998년부터 꾸준히 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부터 감사로 재직해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20년간 재직했다는 점은 확인된다. 이런 가운데 재직기간 기재를 누락한 것은 고의성까지 의심된다.

또 다른 감사인 하인봉 감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우선 그의 재직기간은 지난 3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23년으로 기재돼있다. 놀라운 점은 그가 오너일가의 친인척이라는 사실이다.

천일고속은 현재 창업주인 고(故) 박남수 명예회장의 두 손자인 박도현 사장과 박주현 부사장이 지분을 상속받고 경영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하인봉 감사는 고 박남수 명예회장 부인의 남동생, 즉 처남이다. 즉, 박도현 사장과 박주현 부사장에게는 외할머니의 남동생이 감사를 맡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하인봉 감사의 동생은 천일고속 재직기간만 40년에 달하는 하종봉 전무다.

감사는 이름 그대로 해당기업의 회계와 업무 전반을 감시 및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별도의 감사를 두기도 하고,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법도 있다. 기업의 경영 전반을 들여다 볼 뿐 아니라 필요시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 개최 요청이 가능하고, 이사회의 경우 자체적으로 소집할 수 있다. 기업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사외이사와 함께 그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바로 감사다.

따라서 감사의 필수요건은 독립성이다. 경영진 및 오너일가를 감시하고 견제해 기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기 때문이다. 선임과정에서 제 아무리 최대주주라 해도 의사결정권 지분을 3%까지만 인정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최근엔 소액주주들이 힘을 모아 최대주주가 아닌 자신들이 추천한 감사를 선임하는데 성공한 일도 종종 있었다.

반면, 천일고속이 그동안 보여 온 행보는 감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극명하게 드러낸다. 고 박남수 명예회장은 무려 68.77%에 달하는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었고, 별세하기 직전인 2015년에 와서야 이를 실명으로 전환해 증여했다. 이후 천일고속은 박도현 사장과 박주현 부사장의 증여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실적과 무관한 초고배당을 이어오고 있다.

상장기업 중 이처럼 오너일가 친인척이 장기간 감사를 맡고 있는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천일고속에서는 소액주주들의 반란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박도현 사장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86.74%에 달하기 때문이다. 15%도 되지 않는 나머지 지분 중 최소 3% 이상이 모여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천일고속은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고배당을 노린 주주들이 상당수다.

결국 상장기업임에도 개인기업처럼 운영되고 있는 이러한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시사위크>는 이에 대한 천일고속 측 입장을 듣고자 시도했으나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는 답변만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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