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의 공익재단이 재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사진은 영풍빌딩. <다음 지도 캡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공익재단에 대해 칼을 뽑았다. 공익재단이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운영 실태 점검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공익재단들을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영풍그룹도 그 중 하나다. 영풍은 영풍문고의 지분을 재단을 증여하면서 절세와 지배력 강화 등의 효과를 누렸다는 뒷말을 산 바 있다. 공정위의 집중 점검 대상이 될 지 주목되는 배경이다.

◇ 3세 경영 체제 준비 분주 

영풍그룹은 1949년 황해도 출신인 고 장병희 창업주와 고 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세운 영풍기업사를 모태로 하는 기업이다. 수십년째 공동 경영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영풍그룹은 지주사 격인 (주)영풍과 코리아서키트 등 전자 계열사를,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한 비철금속 계열을 맡고 있다. 장병희 창업주의 아들 장형진 영풍그룹 명예회장이 영풍을, 최기호 창업주의 아들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이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총괄하는 구조다.

현재 각 일가는 3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충분한 지배력 지분을 확보해야 할 뿐 만 아니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순환출자고리도 정리가 필요하다. 영풍그룹은 7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2014년 7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됐다. 여기에 기존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해 새 정부는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는 기조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같은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천억원대의 비용이 들 것으로 관측된다.

◇ 공익재단 활용 지배력 강화하나… 공정위 감시 강화 변수 

그런데 재계에선 영풍이 공익재단을 활용해 순환출자 해소와 승계 문제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영풍그룹이 자사 공익재단에 영풍문고의 지분을 증여하면서 이같은 뒷말이 인 바 있다.

영풍은 지난 6월 약 90억원대 가치에 달하는 영풍문고 지분 10%를 영풍문화재단에 증여했다. 영풍문화재단은 영풍그룹 두 창업주가 1억원씩 기부해 1980년 설립한 곳이다. 영풍은 단순히 공익적인 목적으로 지분을 증여했다고 밝혔지만 재계 안팎에선 영풍이 세금 감면과 순환출자고리 해소, 오너가 지배력 강화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랐다.

영풍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핵심 축은 영풍→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이다. 이번 지분 증여로 ㈜영풍의 영풍문고 보유 지분은 34%에서 24%가 낮아졌다. 또 지분을 10%만 증여함으로써 절세 효과도 누렸다. 현행법은 공익재단이 5%(성실공익법인 10%) 이하의 계열사 지분을 상속·증여 받을 경우 세금을 면제받도록 하고 있다.

오너일가는 보이지 않는 지배력 강화의 수혜도 입게 됐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영풍문화재단은 장형진 명예회장이 이사장, 최창근 회장이 이사로 있다. 재계에선 오너일가가 재단에 대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만큼 증여된 지분은 오너일가 우호 지분으로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공정위가 최근 공익재단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최근 공익법인의 운영실태 파악에 나섰다. 우선 1단계로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특수관계인 현황에 관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대기업들이 공익법인을 통해 세금부담 없이 편법적으로 총수의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으면서 점검에 나선 것이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그간 신고가 누락된 비영리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대기업집단 지정 시 계열로 편입하거나 내부지분율 산정 등에 반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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