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의 재판과정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문자를 고집스럽게 사용했다는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끈다. 사진은 SK그룹.<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지난 2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선 이색적인 발언이 나왔다. 이 부회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문자 연락이 잦았던 이유에 대해 “최 회장이 SK텔레콤 회장이라 문자를 고집스럽게 썼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

물론 최 회장은 SK그룹 회장으로, SK텔레콤 대표는 아니다. 다만 SK텔레콤은 그룹 계열사로, 사실상 최 회장이 지배하고 있다. 즉, 이 부회장의 발언은 최 회장이 이동통신 계열사 SK텔레콤을 고려해 카카오톡이 아닌 문자사용을 고집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과거 이통사와 카카오톡 간의 갈등을 떠올리게 한다.

◇ 뒤바뀐 패러다임, 아쉬움 컸던 SKT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등장한 와츠앱, 스카이프 등 모바일 메신저 앱은 이통업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기존 이통사들의 주 수익원인 문자(SMS), 통화 서비스를 자신의 데이터요금 한도 내에서, 또는 와이파이 연결을 통해 별도 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카카오톡이 대표적이다. 2010년 등장한 카카오톡은 1년도 안 돼 가입자 700만명을 넘기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에 당시 업계에선 이통사들이 급감한 문자 수익에 카카오톡을 제한할 것이란 루머가 돌기도 했지만, 이들은 유사서비스로 반격을 선택했다.

즉, 2011년 자체 모바일 메신저 앱을 선보였고, 2012년엔 통합 무료메시징 서비스 ‘조인(joyn)’까지 출시한 것. 하지만 기울어진 무게 추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카카오톡은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평정했고, 이통사들은 2015년 무제한 문자사용이 가능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도입했다. 또 최근엔 카카오톡 등의 MVOIP(모바일 인터넷전화) 사용량을 요금제별로 제한했지만, 이젠 기본 데이터 제공량 만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통사들이 카카오톡과의 전쟁에서 백기를 든 셈이다.

업계에선 카카오톡과의 주도권 전쟁과 관련해 이통3사 중 SK텔레콤의 아쉬움이 더욱 클 것으로 내다본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컴즈를 통해 PC메신저 시장을 장악한 ‘네이트온’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이트온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모바일 메신저시장을 노렸으면 시장판도가 바뀌었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네이트온이 일찌감치 (모바일로) 진출하지 않은 건 모회사 SK텔레콤의 눈치를 본 것”이라며 “(카카오톡이 흥행하던) 2011년엔 SK컴즈가 대규모 해킹사건으로 혼란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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