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역사적 사건과 커다란 변혁이 있었던 2017년도 이제 막을 내린다. 사상 첫 대통령 탄핵과 최대 재벌 삼성 총수의 구속,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기억될 2017년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 바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 가상화폐 열풍, 아니 광풍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알지 못했고 못미더운 시선을 받던 가상화폐지만, 이제는 대다수의 사람이 알고 정부의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아마도 2017년은 가상화폐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2017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얼마나 성장했고 어떤 화두를 던졌을까.

◇ “1년 전에 사뒀다면…”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인 2016년 12월 말.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기준 비트코인 시세가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어섰다. 2016년 초만 해도 50만원 수준이었던 것이 1년 새 2배로 뛴 것이다.

하지만 2017년을 보면 2배는 우습다. 100만원대 초반에서 시작한 올해 비트코인 시세는 현재 1,900만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심지어 연중 2,500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2016년 1년 동안 2배 오른 시세가 2017년엔 무려 20~25배나 올랐다.

만약 지난해 말 1억원어치 비트코인을 산 사람이 있다면, 현재 20억대 자산가가 돼있다는 소리다. 카지노 도박에서도 20배에 당첨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식 또는 땅으로도 1년 새 20배나 가치가 오른다는 것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다. 그것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말이다.

이렇다보니 광풍이 일어나는 건 당연했다.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던 비트코인 시세는 5월 들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하루에 100만원, 두 배 가까이 시세가 뛰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폭락과 함께 제자리를 찾았다. 짧은 며칠 새, 누군가는 횡재를 했고 누군가는 허탈하게 돈을 잃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비트코인 시세는 한 여름 들어 다시 꿈틀댔다. 300만원대를 유지하던 시세가 며칠 새 200만원 초반까지 뚝 떨어지더니 5월 중순엔 500만원을 돌파했다. 종잡을 수 없는 행보였다. 이후 다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11월 들어서는 전에 없이 폭등했다. 700만원, 800만원, 900만원이 순식간에 함락됐고, 12월에 들어서자 1,000만원, 1,500만원, 2,000만원이 돌파됐다.

이 같은 현상은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며 이뤄졌다. 특히 국내에서는 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가 빠르게 확산됐다. 순식간에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너도 나도 가상화폐를 구입했고, 그럴수록 시세는 더 크게 요동쳤다.

비트코인 뿐 아니었다. 이더리움, 리플, 대시 등은 물론 각양각색 다양한 코인들이 거래됐다. 어떤 날은 이 코인의 시세가 50% 뛰고, 또 어떤 날은 다른 코인의 시세가 70% 뛰는 일이 계속됐다. 그렇게 광풍은 더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어린 학생들마저 투기 행렬에 동참하는가 하면, 각종 사기 피해도 속출했다. 거래소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해 중단되고, 심지어 해킹 피해를 입어 파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가상화폐가 큰 논란을 일으키자 결국 정부가 나섰다. 투기를 막을 각종 규제 카드를 잇달아 꺼내 든 것이다. 지난 28일엔 “거래소 폐쇄까지 고려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한 때 폭락했던 비트코인 시세는 현재 다시 1,9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2,000만원을 훌쩍 넘었던 때와 비교하면 다소 주춤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에도 일정 수준의 시세는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다.

가상화폐 문제는 2018년 문재인 정부의 최대 난제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가상화폐는 말 그대로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화폐다. 다만,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블록체인 기술이 집약돼있다. 중앙의 통제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고, 안전성과 무궁무진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일방적으로 규제만 할 경우 우리의 미래 경쟁력이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 통제 밖에서 무분별한 투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고, 이대로 두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문제는 지나친 투기는 제어하면서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기술 발전은 도모할 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우리 사회 가장 큰 과제는 민주주의 회복과 적폐청산이었다. 또 다시 새해를 앞둔 연말, 이번엔 가상화폐를 둘러싼 복잡한 난제들이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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