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개띠의 해인 2018년 무술년을 맞아 개띠 재계 인물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8년 무술년(戊戌年)의 해가 밝았다. 늘 그렇듯, 지난해의 아쉬움은 뒤로 하고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한 새해가 찾아왔다. 특히 올해 새해맞이는 다소 혼란스러웠던 지난해와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 및 구속, 그리고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사회적 안정이 찾아왔고,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국가적 축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활기차게 시작한 2018년은 ‘황금개띠의 해’다. 이에 각 분야별로 개띠 인물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재계 또한 마찬가지다. 주목할 만한 개띠 인물이 적지 않다.

◇ 말년이 씁쓸한 회장님들

먼저 재계 최고령 개띠 인물이다. 무려 1922년생, 우리나이로 97세가 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8번째 ‘개의 해’를 맞았다.

하지만 그의 2018년은 어둡게 시작하고 있다. 신격호 회장은 지난해 12월 22일, 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롯데그룹 오너일가들이 나란히 기소된 경영비리 혐의와 관련해서다. 아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실형을 면했지만, 신격호 회장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고령과 건강 등을 이유로 실제 법정 구속되진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씁쓸해진 말년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맨손으로 시작해 재벌그룹을 일군 전설적인 인물도 세월은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신격호 회장과 동갑내기인 경제인으로 유성기업을 설립한 유홍우 명예회장도 생존해있다. 다만, 2012년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로 별다른 활동은 없는 상황이다. 그의 뒤를 이은 장남 유시영 대표는 공교롭게도 신격호 회장과 같은 날 대법원에서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계획적으로 노조 와해 공작을 펼친 부당노동행위 혐의다.

역시나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인 1934년생 개띠 경제인 중엔 또 한 명의 흥미로운 인물이 있다. 바로 이무진 영풍제지 회장이다.

영풍제지를 설립한 이무진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장남에 대한 승계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2009년 그의 장남은 돌연 회사를 떠났고, 지분까지 모두 정리했다.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무진 회장은 차남에 대한 후계작업을 진행하는 듯 했지만, 차남 역시 돌연 회사를 떠났다.

그 빈자리에 등장한 인물은 베일에 가려진 여성 노미정 부회장이다. 이무진 회장의 차남마저 회사를 떠났던 2012년 그녀는 영풍제지 부회장 및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에는 이무진 회장이 자신이 가진 지분 모두를 노미정 부회장에게 증여했다. 이후 두 사람이 35살 차이의 혼인관계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외도 등 부적절한 과정이 있었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지난해 인기리에 방송된 한 드라마의 실제 모델로 알려지며 화제를 낳은 바 있다.

◇ 이제는 재벌 3·4세대… ‘능력발휘’ 숙제

1946년생 개띠부터는 경영일선에서 활동 중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을 필두로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 김영찬 골프존 회장 등이 있다.

‘베이비붐’으로 기억되는 1958년생 개띠는 의외로 재계 인물이 그리 많지 않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다. 지난 정권에서 고초를 겪은 바 있는데, 언제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할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CJ그룹 측은 지난해 11월 임원인사 당시 “당분간 이미경 부회장의 경영 복귀는 없다”고 밝힌 바 있으나 여러 관측이 계속되고 있다.

그밖에 1958년생 개띠 재계 인물로는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류진 풍산그룹 회장,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등이 있다.

여러모로 가장 주목해야할 개띠 세대는 1970년생인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존재감 때문이다. 국내 2대 재벌가의 차세대 리더라 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숙제를 떠안고 왕성하게 활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의선 부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능력 발휘’가 중요한 시기다. 현대차그룹은 안팎에서 판매량 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낮게 잡았을 정도다. 예전처럼 국내시장에서의 압도적 점유율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해외시장 공략에 기대를 걸기 힘들다. 쉽진 않겠지만, 정의선 부회장에게는 차세대 리더로서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부진 사장은 집안문제로 뒤숭숭한 상황이다. 아버지는 여전히 병상에, 오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감옥에 있다. 본인은 이혼소송도 진행 중이다. 다만, 사업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개선 분위기 등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밖에 정의선 부회장과 친척관계이자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도 1970년생 개띠다.

30대인 1982년생 개띠 중엔 ‘후계자’들이 눈에 띈다. 초고속 승진을 지난해에도 이어가며 계열사 대표 직함까지 달게 된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본격적인 후계시기 및 방식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장남 구동휘 LS산전 상무도 역시 지난해 말 승진하며 후계가도에 속도를 올렸다.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의 장남 홍정국 BGF리테일 부사장도 지난해 2년 만에 거듭 승진해 2세 시대를 앞당겼다. 높아지는 직함만큼 능력발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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