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출연해 신년사를 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새해를 맞아 주요국 정상들이 잇따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의 발언인 만큼, 축하의 의미를 담은 신년사조차도 낱말 하나 허투루 쓰일 수 없다. 각국 정상들은 새해 인사말에 미래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담기도, 불안한 정세에 대해 국민들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 올해도 계속되는 미국 대 중국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연말에도 바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해를 몇 시간 앞두고 국경수비 강화와 감세안 서명 등 자신의 행적을 담은 동영상을 올려 지난 한 해를 자축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가 빠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동영상에는 전투복을 갖춰 입은 미군과 국경수비대, 전투기의 모습도 수차례 등장해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주요 가치로 제시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미국의 이익만을 대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여전했다. 작년의 마지막 트윗에서 이란의 반정부 시위자들을 옹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의 첫 트윗에선 “미국은 멍청하게도 최근 15년 동안 파키스탄에게 330억달러나 지원해줬다”며 자신의 전임자들을 비난했다. 상대 국가의 입장은 상관하지 않는 2017년의 트럼프 그대로였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이 주도하는 질서’를 전면에 내세웠다. “천하는 한 집안이며, 중국은 대국의 입장에서 할 말이 있다”고 운을 뗀 시진핑 주석은 기후변화 문제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거론하며 “(중국이) 세계 발전의 기여자이자 국제 질서의 수호자가 될 것이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진핑 주석이 주요 정상회담마다 애용했던 ‘인류 공동의 번영’이라는 테마도 다시 사용됐다.

한편 시진핑 주석의 신년사에는 미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표현들도 등장했다. 시진핑 주석은 파리 기후변화협약으로 대표되는 기후변화 이슈를 직접 언급한데 이어 “유엔의 권위와 지위를 확고히 수호하겠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부터 유엔 분담금 삭감을 주장해왔으며, 지난 ‘예루살렘 결의안’을 계기로 발언수위가 더 높아진 상태다. 중국과 미국의 라이벌리는 올해도 격화될 전망이다.

◇ 멀리 보는 아베‧마크롱 vs 오늘을 사는 메르켈

화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신년사의 어조도 달라졌다. 작년 중요한 선거에서 승리했던 대통령·총리들이 신년사에 자신의 정책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담아낸 반면, 입지가 불안정하거나 곧 대선을 치러야하는 정상들은 자국 국민들의 단결을 강조하고 나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치적 기반은 흔들릴 여지가 없다. 자민당·공명당 연립내각은 작년 10월 열린 중의원 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했으며, 아베 총리 본인 또한 올해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할 것이 확실시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하기 좋은 상황이다.

신년사에서 “2020년 이후를 직시할 것”이라며 연임 의지를 드러낸 아베 총리는 2018년을 “17년 선거에서 제시됐던 정책들을 실행하는 한 해”로 규정했다. 메이지 유신 150주년을 맞는 2018년을 ‘아베식 개혁’의 무대로 꾸미겠다는 뜻이다. 낮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그가 제시한 지상과제였다.

작년 5월 당선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내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법과 실업자보호제도, 조세제도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에도 작년과 같이 개혁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존속이 프랑스의 이익과 직결됨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프랑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시도하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한때 역대 대통령들 중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최근 뚝심 있게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율이 반등한 상태다.

반면 대연정 협상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보다 거시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치중했다. “서로에 대한 경청과 이해”를 바탕으로 국가적 화합을 강조한 한편, “세계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독일 국민들의 지지도 요구했다. 3월 대선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러시아에 대한 믿음과 헌신”을 바탕으로 국가적 단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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