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는 올해 국내 자동차업계 첫 행사를 마련하는 등 분주하게 새해를 맞았다. <쌍용차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없다.”

3일, ‘코란도 브랜드 미디어데이’ 행사장에서 만난 쌍용자동차 관계자가 지난해 판매실적에 대해 묻자 답한 말이다. 틀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다. 또한, 다른 업체가 듣기엔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쌍용차는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10만6,677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2016년에 비해 3% 증가한 수치다. 비록 수출이 30%가량 감소하며 전체 판매실적도 7.8% 줄었으나, 내수시장에서만큼은 견고함을 이어갔다. 쌍용차 자체 기준으로는 2003년 이후 최대 내수실적이다.

반면, 한국지엠은 내수시장에서 26.6% 감소세를 보였고, 전체 판매실적은 12.2%나 줄어들었다. 르노삼성은 SM6와 QM6의 수출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내수시장에선 9.5%의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전년 대비 판매실적이 오른 것은 현대자동차와 쌍용차 둘뿐이었다.

쌍용차는 올해도 업계에서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 급감과 노사갈등 등으로 다른 업체들은 다소 어수선한 새해를 맞이했으나, 쌍용차는 연초부터 분주하기만 하다. 새해 벽두부터 2018년 선보일 신차 ‘렉스턴 스포츠’의 외관을 공개하더니, 3일엔 ‘코란도 브랜드 미디어데이’를 열고 5년 만에 외관을 변경한 ‘2018 코란도 투리스모’를 출시했다.

◇ 내수시장에서 빛난 경쟁력, 올해 출발도 ‘활기’

그렇다면 쌍용차는 올해 이후에도 최근 보여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선 크게 세 가지 포인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각 세그먼트별 경쟁이다. 쌍용차는 SUV전문기업을 표방한다. 지난해에는 자존심을 접고 플래그십 세단 체어맨의 단종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SUV 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는 중이다.

쌍용차가 2015년 출시해 큰 성공을 거둔 티볼리는 지난해 현대차 코나와 기아차 스토닉이라는 새 경쟁상대를 맞이했다. 코나의 경우 월간판매량에서 티볼리를 앞서나가며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다만, 지난해 12월엔 현대차의 노사갈등 등이 영향을 미치며 다시 티볼리가 크게 앞서 나간 바 있다.

주목할 점은 코나의 준수한 실적 속에서도 티볼리의 판매량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제 아무리 신차가 나와도 그랜저나 쏘나타를 넘지 못하듯이, 티볼리는 이미 소형SUV 세그먼트에서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새롭게 출시한 코란도 투리스모는 ‘역공’에 나선다. 타깃은 기아차 카니발이다. 이날 소개에 나선 이석우 마케팅 팀장은 “경쟁차는 SUV로 보기 어렵지만, 코란도 투리스모는 SUV의 특징을 한층 더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4륜 구동을 비롯한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 가격경쟁력 등의 강점을 지녔다는 설명이다. 만약 코란도 투리스모가 카니발을 견제하며 목표치 이상의 판매실적을 기록한다면, 쌍용차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이밖에 코란도C, 코란도 스포츠, G4 렉스턴 등도 비슷한 체급의 경쟁차종과의 치열한 승부가 불가피하다. 쌍용차 관계자는 “여러 모로 업계 환경이 좋지 않지만, 적어도 지난해보다는 더 많이 팔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티볼리를 중심으로 각 세그먼트 별로 경쟁해나가면 가능하리라 본다”고 밝혔다.

쌍용차가 올해 내놓는 신차 렉스턴 스포츠.

두 번째는 올해 다소 부진했던 수출이다. 내수시장에서의 성장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판매확대를 위해선 수출을 키우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쌍용차의 주요 공략 지점은 유럽, 그 중에서도 서유럽이다. 최근엔 코란도C가 영국에서 ‘올해의 토우카’로 선정되는 등 경쟁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는 해외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실적을 유지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쌍용차처럼 규모가 작은 업체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티볼리의 경우 2016년 2만8,000대를 넘겼던 수출실적이 지난해 1만6,000여대로 뚝 떨어진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용차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엔 경제제재에서 풀려난 아프리카 수단에 재진출했다. 수출에 있어서는 5개 국내업체 중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지만, 꾸준히 공략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마지막은 신차 개발이다. 최근 자동차업계는 갈수록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소비자들의 니즈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여기에 발맞추기 위해선 꾸준한 신차 개발 및 출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쌍용차는 2015년 티볼리, 2016년 티볼리 롱바디, 그리고 지난해 G4 렉스턴을 출시했다. 올해는 렉스턴 스포츠가 대기 중이다. 앞으로도 1년에 한 대씩은 신차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내년엔 코란도C의 신형모델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플래그십 모델의 재정립도 필요하다. 체어맨을 단종하면서 현재 쌍용차의 최상위모델은 G4 렉스턴이 됐다. 좀 더 무게감 있는 모델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현재로선 모든 방안이 열려있다. 다시 프리미엄 세단을 내놓을 수도 있고, 그 비용으로 차라리 SUV 2대를 선보일 수도 있다. 또는 프리미엄 SUV도 가능하다. 다각도로 검토해서 결정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SUV시장 못지않은 성장세와 잠재력을 지닌 친환경부문에서는 이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 실리적인 부분을 생각해 하이브리드 단계는 거치지 않고, 곧장 전기차 시장에 들어선다는 계획이다. 2020년 전에는 전기차 전용 모델을 선보이겠다는 계획 하에 개발이 진행 중이다.

불과 9년 전만 해도 쌍용차는 최악의 위기와 갈등을 겪었다. 그에 따른 후유증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과 희생이 필요했다. 하지만 2015년 티볼리 출시를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내수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쌍용차가 이러한 행보를 올해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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