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윤경은-전병조 KB증권 공동대표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KB증권이 신년벽두부터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출범 1주년을 맞은 KB증권은 확고한 업계 선두권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펼쳐진 사업 환경이 마냥 녹록지만은 않은 형편이다. 단기금융업 사업 추진이 표류하게 된데다 시장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 단기금융업 인가, 결국 자진 철회 

KB증권의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추진은 당분간 안갯속을 해메게 됐다. 최근 KB증권은 금융위원회에 발행어음 사업에 대한 인가 신청을 철회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지난해 7월 금융당국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한지 약 6개월 만이다. KB증권은 금리 인상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사업성을 재검토 한 뒤 재인가를 추진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선 이번 결정이 인가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3일 증권선물위원회는 KB증권의 인가 안건을 상정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시장에선 과거의 제재 이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내다봤다.

KB증권의 전신인 옛 현대증권은 2016년 5월 불법 자전거래로 1개월 일부 영업정지와 과태료 2억8,700만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를 받은 경우 제재 의결일로부터 ‘일부’는 2년, ‘전체’는 3년간 신규 사업 인가를 받을 수 없다. 금감원은 이같은 제재 이력을 근거로 금융위에 단기금융업 ‘불승인’ 의견을 제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가 통과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를 감안해 KB증권이 선제적으로 인가 신청을 철회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금융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KB증권도 초대형 IB시장 선점 경쟁에서 한발 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단기금융업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사업이다. 이 사업이 허용이 될 경우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회사채보다는 발행 절차가 간편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용이하다.

현재 초대형 IB로 지정된 5곳의 대형 증권사(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가운데 단기금융업이 허용된 곳은 한국투자증권 뿐이다. 인가 1호사인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시장 선점을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첫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2차 판매를 시작했다. 1차 상품은 판매 이틀 만에 5,000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며 판매를 조기 종료했다.

◇ 초대형 IB 선점 경쟁서 우위 확보 '난항'

kb증권 사옥

여기에 NH투자증권도 인가 통과 가능성이 최근 솔솔 제기되고 있다. 오는 10일 증선위에서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인가 심사의 발목을 잡았던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청탁 혐의가 최근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이 나면서 인가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KB증권의 경우 제재 이력을 감안하면 오는 5월까지는 재인가 신청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초대형 IB 플랜이 어그러지면서 KB증권 두 수장의 부담도 한층 커지게 됐다. 윤경은‧전병조 KB증권 공동 대표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해 앞으로 1년간 조직을 더 이끌 수 있게 됐다. 지난 1년간 조직 융합에 힘쓴 두 사장은 올해는 본격적인 ‘합병 시너지 제고’와 ‘시장 지위력 확대’라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두 수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모든 사업부문에서 확고한 업계 선두권 지위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경쟁력 강화’,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디지털라이제이션(디지털화) 강화’를 주요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다. 우선 KB증권은 올해 KB금융 계열사와 협업을 통한 신규 수익원 창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해 출범한 KB증권은 지난 2일부로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시키고 외형을 확대하는데는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역시 숙제로 지목된다. ROE는 자기자본에서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것으로, 수익성 지표로 활용된다. 작년 3분기 기준 KB증권의 ROE는 4.9%로 상위 10대 증권사 가운데 가장 낮다. 이는 업계 평균(7.3%)보다 2.4%포인트 낮은 수치다. 단기금융업 인가가 불발되면서 자본 활용에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관련 수치 관리도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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