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가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지연에 애를 태우고 있다. 연초에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인 단기금융업 사업 인가를 받을 것으로 한껏 기대했지만 일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 10일 증선위 안건 상정 기대감 ‘물거품’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열린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에서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이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금융업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사업이다. 이 사업의 인가를 받으면 증권사 자체 신용으로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발행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기업금융에 나설 수 있어 초대형 IB 사업의 ‘꽃’으로 평가된다.

현재 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초대형 IB는 한국투자증권 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초대형 IB로 지정된 5곳(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만 인가를 내줬다. 나머지는 심사가 저마다의 이유로 보류됐다. 미래에셋대우는 공정위 조사로, 삼성증권은 대주주 재판 이슈로 심사가 중단됐다. 제재 이력에 발목이 잡힌 KB증권은 최근 아예 단기금융업 신청을 철회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심사가 재개되면서 인가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절차는 더딘 모양새다.

업계에선 이날 증권위 회의에서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왔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금감원 채용비리 청탁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돼 발목을 잡고 있던 악재가 해소된 만큼 이날 안건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했다.

김원규 대표 역시 상당한 기대를 보냈다. 김 대표는 4일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10일 증선위에 관련 안건이 상정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관측과 달리 안건 상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심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건이 올라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안건 논의는 다음 회의를 기약하는 수 밖에 없게 됐다.

다음 증선위 회의는 2주 후에 열릴 예정이다. 다음 회의에는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나 마냥 속단하긴 어렵다. 최근들어 금융당국의 심사는 대폭 까다로워지고 있는 분위기다. 더구나 이날 안건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금융위 의결과 금융투자협회 약관 심사 등의 절차가 남아있어 정식 사업은 한달 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하루빨리 온전한 초대형 IB 사업을 기반을 닦으려던 김 대표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업계에선 단기금융업 인가 성과는 연임 가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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