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전 국방장관이 UAE와 원전 수주 계약을 맺으면서 유사시 군사 개입을 약속하는 비밀 군사협약을 주도한 사실을 시인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2010년 11월1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당시 이명박(MB) 정부 국방 책임자로 회의에 출석했던 김태영 전 국방장관은 “유사시 군사 개입을 하는 내용을 약속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직전인 2009년 11월 군사협력 관련 비공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 부인한 것이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다. 김태영 전 장관이 말을 바꿨다.

◇ MB, 바레인 다녀온 이유 따로 있다

중앙일보와 JTBC가 9일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이명박 정부에서 UAE와 비밀리에 군사협력을 맺은 게 아니냐는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당시 MOU 체결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태영 전 장관이 “내가 책임지겠다고 해서 비공개로 협약을 체결했다”고 뒤늦게 털어놨다.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강행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그때는 원전 수주를 반드시 해야 했다. 하지만 국회 분위기가 비준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즉, 국익을 이유로 국회의 비준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다. 파문은 컸다.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왔다. 뿐만 아니다. 헌법 위반에 해당됐다. 군사 개입은 헌법상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점에서 당장 위헌 논란을 불러왔다. 앞서 김태영 전 장관은 UAE와 체결한 MOU에 ‘유사시 우리 군이 자동개입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사실을 인정했다. 실제 군대를 파병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때 비준을 받으려 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태영 전 장관은 무책임했다. 국익을 내세운 MOU라면서도 비준이 안 될 경우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UAE가 약속 위반을 주장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괘념치 않은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 군사전문가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국민이 모르는 사이에 중동 수니파 국가와 사실상 동맹·형제국이 된 점 ▲UAE에 파견된 우리 병력은 유사시 중동 분쟁에 자동 개입돼 UAE 동의 없이는 철군이 어려워진 점 ▲제3국과 동맹을 체결함으로써 향후 한미관계에 걸림돌이 된 점을 지적하며 “그 여파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김태영 전 장관의 고백 이후 이전과 달리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말을 바꿨다. <뉴시스>

특히 김종대 의원은 MB를 겨냥해 “현직이라면 탄핵감”이라고 비판했다. “원전 수주라는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군대와 안보를 흥정대상으로 삼고 국회와 국민, 상대국을 기망했다”는 것. 김태영 전 장관은 MB를 감쌌다. 그는 문제가 된 MOU에 대해 “보고를 안 해 (MB는) 모른다”면서 “대통령은 그런 세세한 것까지 부처의 사항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MB와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정말 MB가 몰랐겠느냐는 얘기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김태영 전 장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대외적으로는 비공개이지만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10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같이 밝힌 뒤 “이 사태를 푸는 과정에서 송영무 장관이 UAE를 방문했고, 잘 안돼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방문했는데 두 사람 방문 사이에 MB가 방문했다”면서 “방문 이유가 강연 때문이라지만 지금 아랍에서 MB 강연 들을 사람이 누가 있는가. 수습하러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MB는 원전 수주를 대가로 한 UAE와의 이면계약 의혹이 불거지자 “내가 말 안하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된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해왔다. 하지만 김태영 전 장관의 고백 이후 사뭇 반응이 달라졌다. 그의 측근은 취재진에게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비밀 협정이 있었다는데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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