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장관의 가상화폐 규제 발언과 청와대의 엇박자는 가상화폐 문제 해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지난 1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암호화 가상화폐에 대해 “가상화폐도 아닌 가상증표”라고 말하며 강력한 규제 의지를 천명했다.

이 같은 발언의 후폭풍은 거셌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주요 가상화폐 시세가 곤두박질쳤다. 일부 거래소는 접속 폭주로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청와대에서는 다른 말이 나왔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것으로, 박상기 장관의 발언과 대치됐다. 가상화폐 시세 폭락과 빗발친 청와대 국민청원 속에 진화에 나선 모양새였다.

12일에도 ‘말’들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박상도 장관의 발언과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행보를 비판하는 발언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왔다.

그 사이 가상화폐 시세는 급락을 멈추고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1일 이전 수준까지 올라선 것은 아니지만, ‘거래소 폐쇄’ 충격에선 벗어난 모습이었다. 가상화폐 시세가 급격히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또 다시 피해자는 속출했다. 이른바 ‘패닉 셀’에 나섰던 이들은 가상화폐 시세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속이 까맣게 탔다.

결과적으로 박상기 장관의 발언과 청와대의 수습은 가상화폐 시세를 롤러코스터에 태웠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우려하는 피해자가 나오고 말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불신을 키웠다는 점이다. 정부가 보여준 엇박자 행보는 가상화폐의 불확실성만 높였다. 심지어 일각에선 의도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정부 또는 정부관계자들이 가상화폐를 매입하기 위해 일부러 시세 폭락을 유도했다는 의혹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우선, 가상화폐 규제를 향한 거센 반발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야당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정치적 이슈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현재 가상화폐를 둘러싸고 위험한 투기 광풍이 불고 있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래가치에 주목한 투자가 아닌, 도박의 성격이 짙다. 과세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엄청난 수익을 거둔 이들의 이야기가 투자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투기 광풍을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및 정부 관계자들의 미숙한 행보는 사회적 불신과 갈등의 여지만 키우고 말았다. 거품이 끼었다는 가상화폐 시세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고, 사람들은 다시 시세 확인과 거래에 여념이 없다.

투기적 성격이 짙다고는 하나, 가상화폐는 하우스도박, 불법 스포츠도박 등과 엄연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과 깊이 연관돼있고,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닌 세계적 흐름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따라서 정부의 대책도 복합적인 문제를 모두 고려해 내려져야 하고, 일관된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 최소한 이번 사태처럼 어떤 것도 확정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말’이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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