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를 표방하며 합당선언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긴장감이 감지된다. 통합개혁신당(가칭·통합신당)을 ‘보수정당’으로 칭하며 보수 프레임을 씌우려는 모습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 및 중도성향의 지지자들이 통합신당으로 갈라지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안 대표와 유 대표가 합당을 선언했다”며 “새로운 보수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보수정당을 기대했으나 출발부터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지금 국민들은 한국당이 보수 대표 정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 대표와 유 대표에겐 지금이 보수의 적자로 자리 잡을 기회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통합신당을 ‘보수정당’으로 규정한 것이다.

추 대표는 그러면서 “두 분의 합당선언에 드러난 현실인식은 걱정스럽다. 안보는 냉전적이고 정치는 퇴행적이며 과정은 비민주적” “과거의 낡은 보수와 다르지 않은 인식과 태도로는 홍준표 대표의 한국당조차 넘어설 수 없을 것” “‘홍준표 따라하기’는 대안이 아니다”는 등의 ‘조언’도 내놓았다. 이어 “합리적 보수정당으로 기여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안철수 유승민의 통합 선언은 보수야합”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와 유 대표의 통합 선언 직후 낸 김현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두 대표의 선언은 정치권의 이합집산으로 보수야합일 뿐”이라며 “소득주도 성장을 비난하며 복지와 안전을 강화할 일자리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딴지걸기’로 대선후보 당시의 약속까지 부정하는 내용의 합당선언문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측에서는 “민주당이 통합신당의 출현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의 반응에 대해 “민주당이 기득권을 뺏길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며 “거의 ‘알러지’급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얼마나 두려우면 저러겠느냐”고 평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가 막 시작될 때만해도 추 대표는 “다른 정당에 관심없다”며 무관심 전략을 보였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통합신당이 출범 채비를 갖추자 민주당 내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논란과 가상화폐(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오는 지방선거에서 ‘정부 심판’ 여론으로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남북 단일팀과 가상화폐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직격탄’이 된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6%p 떨어진 67%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24%로 7%p 올랐다. 대통령의 지지율 부정 평가 항목에서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도가 7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넷째 주 이후 4개월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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