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와 야권 사이에 거대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외교·통일 분야에서는 남북대화와 평창올림픽 단일팀, 경제 분야에서는 가상통화, 사회 분야에서는 최저임금인상 등이다. 찬반이 극명하게 나눠지는 사안으로 지방선거 표심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 정책추진 동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각 사안에 대처하는 청와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먼저 남북대화와 평창올림픽 단일팀 등 외교통일 분야에서는 청와대의 자신감이 엿보인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지적에도 청와대 참모들과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강력하게 밀어붙이며 이슈화를 피하지 않고 있다.

◇ 최저임금·남북단일팀 청와대 차원서 적극 대응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의 길을 여는 소중한 기회를 맞고 있다”며 “기적처럼 만들어낸 대화의 기회를 평창 이후까지 잘 살려나가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같은 기회를 다시 만들기 어려운 만큼, 국민들께서는 바람 앞에 촛불을 지키듯이 대화를 지키고 키우는 데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단일팀 구성에 따른 우리 선수들의 출전기회 박탈 우려와 지적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입장문을 통해 “우려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우리는 평창 올림픽을 반드시 성공시켜야하고,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여기에는 북한의 참여와 단일팀 구성이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기여할 수 있고, 이것이 다수국민들의 원하는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최저임금 인상도 같은 맥락에서 적극적으로 전선형성에 뛰어들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최저임금인상안에 대해 보수진영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피해’가 우려되는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고용노동부, 안전행정부, 기획재정부, 중소벤처부와 청와대까지 나서 그 필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최저임금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의 구체적인 방법론 중 하나로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는 점에서 물러설 수 없는 의제다.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안정자금 등을 설명하기 위해 서울 신림동 현장행보에 나선 장하성 정책실장(중)과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 등. <뉴시스>

청와대에서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나섰다. 지난 18일 서울 신림동 현장행보에 나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청취하는 한편, 일자리안정자금과 임대료 인상률 제한 정책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21일에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양극화라는 불평등하고 정의롭지 못한 한국 경제구조를 바꾸면서 동시에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는 장 실장의 발언에 자신감이 드러난다.

◇ 가상통화에 선 긋기

반면 최근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가상통화와 관련해서 청와대는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관리하며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것 외에는 입장이 전무하다.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청와대는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라며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로 ‘컨트롤타워’를 넘겼다.

사실 청와대 내에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상통화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시장 이상과열 현상과 도박성 투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점은 긍정했으나, 가상통화와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규제수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됐고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최저임금이나 대북정책이 정권차원에서 준비된 현안이라면, 가상통화는 공약사안에도 없는 갑자기 등장한 현안이어서 당혹감이 컸다.

다만 청와대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정치권이나 야권도 명확한 입장이나 방향성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가 긴급 현안보고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원론적인 입장에서 정부의 ‘정책혼선’만 지적했을 뿐, 별다른 대안이 나오지는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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