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치적사업으로 꼽는 마식령 스키장을 찾은 모습. 이곳에서 남북 선수들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공동 훈련을 갖게 돼 이목을 끌고 있다. <노동신문/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불과 7개월 전만해도 북한 측은 스포츠를 통한 남북 교류에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천진난만한 생각”이거나 “절망적”이라고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맡고 있는 장웅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외신 인터뷰에서 “정치군사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어떻게 물꼬를 트겠느냐”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결정을 ‘전격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선 꽃놀이패와 다름없다. 밖으로는 폐쇄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안으로는 민심이반을 잠재울 수 있는 이벤트가 되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통해 국제사회의 고립으로부터 벗어나는 동시에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례가 바로 2014년 9월에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이다. 당시 북한은 국가별 종합순위 7위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 마식령 스키장 건설 이유

지난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측 대표로 나선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합의했다. <뉴시스>

특히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은 체제의 결속으로 이어졌다. 주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은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거둔 공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돌렸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문화예술을 체제 선전 도구로 적극 활용한 것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스포츠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그는 집권 첫해 체육 강국 건설을 국가적 목표로 내걸고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여기엔 스포츠 매니아인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10대를 스위스에서 보낸 그는 농구와 스키 등을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농구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미국으로 망명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모 고용숙이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스위스 유학시절 농구에 흠뻑 빠져 농구공을 안고 잠들기도 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이후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였던 데니스 로드먼과 친분을 쌓고 평양으로 수차례 초청했다.

현재 김정은 위원장이 치적 사업으로 첫손에 꼽는 것도 마식령 스키장이다. 집권 첫해인 2012년 약 3억 달러(3,567억원)를 투자해 만들었다. 당시 주민들을 위한 여가시설 확충으로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새로운 외화벌이를 위한 관광사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때문에 남북 선수들이 마식령 스키장에서 공동 훈련을 갖게 된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을 홍보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격적인 평창올림픽 참가에 노림수로 읽었다.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기대할만 하지만 이면에 숨은 목적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단보다 예술단의 방남을 먼저 합의했다. 선수는 32명에 불과하지만 예술단·응원단 등 500여명이 올림픽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었던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현송월은 “남측에서 확실히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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